중앙공원 유스호스텔 건립반대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지난 7월 20일 공원 인근 5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 2460명의 서명을 받아 광주시에 건의한 중앙공원 조성계획 재수립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광주시도시공원위원회는 2일 열린 ‘1992년에 수립된 중앙공원 조성계획 재수립 요구안’ 자문회의에서 “주민들의 요구대로 중앙공원 조성계획을 재수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구 화정동, 풍암동, 금호동, 쌍촌동, 남구 주월동 등 2939만㎡(약 89만평)에 이르는 ‘도심 허파’가 보존의 길을 찾게 됐다.

중앙공원을 사랑하는 모임(중사모),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9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단체가 손잡고 꾸린 대책위는 그동안 18년 전에 수립된 중앙공원 조성계획은 과도한 시설물 위주로 계획돼 있어 시민들의 이용편의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원 조성계획을 폐기하고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주민과 관광객이 부러 찾을 만한 생태적·시민적 비전을 담은 새 조성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광주 최대 규모의 녹지공간인 중앙공원은 상무·금호·풍암지구 등 신도심의 중심부에 놓여있으면서 부분적으로 늘 난개발 위협에 맞닥뜨려 왔다. 

무허가 음식점에 불법 경작은 물론이고 광주청소년수련원,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등은 지자체가 나서서 중앙공원 일부를 파헤치고 지은 결과의 산물. 지난해 서구청이 발주한 풍암저수지 수변경관조성사업 역시 자연환경을 해치는 지나친 난개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5년에는 중앙공원 내에 민자 유치 특급호텔 설립계획이 은근슬쩍 추진되다가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선수촌으로 의심되는 용역이 진행되는 등 개발시도가 끊이질 않았다. 타 후보지에 비해 접근성이 우수하고 그린벨트 지역으로 묶여 있어 상대적으로 토지매입이 용이하다는 이점 때문. 

노원기 광주시 공원녹지과 담당은 “도시공원위원회에서 92년 조성계획 수립 당시와 현재 상황이 달라져 현실에 맞지 않고 개발 위주의 조성계획대로 진척된 바도 없어 주민들 건의대로 재수립 결정이 나왔다”며 “또 공안 내에 사유지가 70%에 달하는 만큼 토지매입과 같은 단계적인 조성계획도 수립돼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크게는 일부 땅 소유자나 개발기업만 이득을 보는 방식이 아닌 전체의 이익이 담보되는 공원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민여론이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강운태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강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중앙공원 조성계획을 재검토해 광주를 대표하는 시민공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광주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도 주민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혀 이번 결정에 힘을 보탰다.

대책위는 이번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김재영 중사모 회장은 “민관이 협조해서 모두가 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성계획이 재수립되길 바란다”며 “도심공원 조성문제는 비단 광주만의 사정이 아닌 만큼 서울시처럼 사유지 매입을 위한 단계적인 예산확보와 같은 노력이 뒤따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광주서구위원회와 서구 의원들도 환영논평을 내고 “중앙공원 조성계획 재수립단계에서는 철저히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시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