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대도시들이 가장 쉽게 걸려드는 유혹
지하철, 대도시들이 가장 쉽게 걸려드는 유혹
  • 김경대 기자
  • 승인 2010.08.17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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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치바, 버스 교통망으로 혁신성공
경전철, ‘돈 먹는 하마’ 될 가능성 커

도시의 대중교통 체계는 크게 지하철, 또는 버스를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메트로폴리스의 경우 보통은 그 두 가지의 혼용을 시도하는 예가 흔한데 지하철은 자가용 보급의 대중화로 더욱 혼잡해진 도로사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운송수단으로서 탁월한 이점을 가진 지하철은 그 편리함에도 불구 건설비용이 막대하고 건설기간이 길어 도시재정에 무거운 짐을 지우고 주민들의 오랜 불편을 초래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하철 건설은 지자체 등 추진주체에 의해 경제적 타당성을 따진 '신중론'보다는 공공재라는 측면에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공리론'이 논의를 지배해왔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최근 한 칼럼에서 지하철 중심의 대중교통망 대신 버스 중심 교통망을 택한 브라질의 쿠리치바 사례를 들어 지하철 중심의 사고를 ‘현대 대도시들이 가장 쉽게 걸려드는 유혹’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쿠리치바의 도시계획가들은 지하철 중심 대중교통망 건설을 단호히 거부하고 그 대신 기존의 도로를 정비하여, 버스의 대형화 및 정거장의 독특한 설계를 통해 환경파괴와 막대한 재정지출을 강요하는 지하철 없이도 매우 쾌적하고 효율적인 대중교통 체계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치켜세웠다.

쿠리치바는 그 덕분에 일상적인 대중교통률이 80%가 넘고 대기오염이 가장 낮은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은 지금껏 여느 도시가 거쳐 온 전철을 뒤밟는 것이 아닌 창의적인 사고가 있어 가능했는데, 광주 지하철 2호선 역시 다양한 시각에서 도심의 실정과 여건에 맞는 아이디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검토된 지하철 2호선 건설계획은 1조906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광주도심 42.5km를 에두르는 확대순환형 노선인데 광주시의 내년 재정 부족분이 2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면서 자칫 왜곡된 정보에 따라 2호선 건립을 강행할 경우 지방재정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들 역시 지하철보다는 버스·자전거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지하철 2호선을 경전철로 건설할 경우 40km구간에서 지상 20m 고가형으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4000여개 이상의 교각설치가 불가피해 도시 미관을 해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소음공해, 일조권·조망권 침해 등도 시민 편익을 넘어서는 피해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러한 우려에 맞춰 얼마 전 강운태 광주시장이 지하철 2호선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지하철 2호선 건설논의는 잠시 공전상태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또 일부에서는 경전철 대신 노면전차(TRAM)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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