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뒤끝’ 사과, 혹 떼려다…
민주당 ‘뒤끝’ 사과, 혹 떼려다…
  • 김경대 기자
  • 승인 2010.08.12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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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려 끼쳐 죄송…민주당 심판론도 잘못”
민노·연석회의 “반성 없는 무책임한 태도”

▲ 강기정 의원.
아름답지 못한 사과였다.

7·28광주남구 보궐선거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을 ‘한나라당 2중대’니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대안 없는 정당’이니 하며 ‘색깔론’으로 깎아내렸던 광주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 얘기다.

선거 이틀 전 합동기자회견에 참여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광주광역시당 명의의 당선사례 성명으로 사과를 갈음했다며 사태를 매듭지으려 했으나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인사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무성의한 태도라며 지난 5일 기자회견 참석 의원단 22명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자 재차 진화에 나섰다.

김동철 광주시당 위원장을 대신해 강기정 의원은 12일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 룸에서 ‘연석회의의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보궐선거 과정에서 일부 과도한 표현으로 광주지역 시민사회와 민노당 지지자들에게 심려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내 “민노당의 ‘민주당 심판론’에 대한 반론을 펴는 과정에서 다소 격한 표현이 있었으나 저희들의 속내는 그와 다르다”며 구구한 해명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번 (7월 26일) 기자회견을 불러온 원인은 민노당의 ‘민주당 심판론’에 있었다”고 화살을 민노당 쪽으로 돌렸다.

민주당은 곧 “민주당 심판론 자체가 민주당을 야권연대의 상대가 아닌 네거티브의 대상으로 격하시킨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면서 “또 민노당은 ‘민주당이 호남에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생각부터 바꾸라”고 못마땅해 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광주시당이 보여준 치열하고도 철저한 후보검증 과정을 보지 않았냐는 것.

민주당은 장병완 당선자 공천에 대한 시비도 불만스러워했다.
민주당은 “장 당선자로 공천 확정이 됐을 때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공천이 제대로 되었다’고 평가한 반면 또 다른 일부 시민사회와 민노당은 ‘막대기’ 취급을 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광주에서 시민사회와 민노당의 성장은 민주당 견제세력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건강한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저희들 생각”이라며 “민주당과 민노당, 시민사회가 서로의 차이와 한계를 인정하고 건강한 상호경쟁으로 2012년 대선에서 범민주세력 정권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끝을 맺었다.

이날 발표된 보도자료에는 김동철, 강기정, 이용섭 세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을 대신해 윤봉근 광주시의회 의장이 공동으로 서명했다. 개인입장을 밝힌 김재균 의원과 박주선, 조영택, 김영진 의원은 명단에서 빠졌다. 

기자회견 전체맥락으로 볼 때는 이번 사태를 매조지하는 공식사과 자리였으나 내용적으로는 “민주당이 실수를 하긴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민노당과 시민사회도 잘 한 건 없질 않느냐”는 항변이 주를 이뤘다.  

거듭 문제가 된 ‘색깔론’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 자체가 없었다. 또한 김재균 의원이 연석회의에 밝힌 ‘극소수 의원들이 주도한 기자회견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의 뜻을 밝혔다. 김동철 위원장을 대신한 강 의원은 “7명의 국회의원들 전체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나 ‘극소수’는 사실이 아니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민노당과 연석회의는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에 이내 발끈했다.

먼저 민노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색깔론’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것은 이번 문제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이다”며 “민심을 반영한 목소리조차 ‘정략적인 비난’으로 매도하며 반성의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연석회의도 성명을 통해 “오늘 기자회견은 흡사 일본 총리의 과거사 사죄 발언처럼 영혼 없는 메아리였다”며 “말뿐인 사과 기자회견은 다시 한 번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 민주당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은 “범 민주개혁세력의 파트너로, 광주발전의 건강한 경쟁자로 생각한다면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연석회의는 “민주당의 서글픈 현실을 보고 광주에서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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