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중한 우리들의 자결(自決)
다시 소중한 우리들의 자결(自決)
  • 시민의소리
  • 승인 2010.07.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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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전남대 명예교수)

보도에 의하면 민주당 장병완 후보 정책 자문단이 시내 몇몇 대학의 150여명 교수들로 꾸려졌다고 한다. 이들은 장 후보의 공약 검증과 정책보완을 통해 남구와 광주의 발전에 일조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 한다.

장 후보는 좋겠다, 남구는 좋겠다, 광주는 좋겠다하면서, 장 후보와 남구 시민을 한껏 부러워하다가 그것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한 명에게 일 분 동안 자문만 받더라도 2시간30분이 걸리고, 한사람이 일 분만 꼼지락거리다 지체하다 보면 순간에 5시간에 이르고 만다.

자문을 받는 사람이나 자문을 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이만 저만이 아니겠다. 이만한 수의 고급인력이면 한 국가도 족히 운영하겠는데 남구의 정치판은 너무 좁고 한사람의 초선의원을 만들기에 너무 힘을 쓰는 것 같다.

정책 자문단 교수들 속내 궁금해

지지한다는 말을 그대로 내뱉다 보면 교수위신, 먹물위신이 깎일 것 같아 정책 자문으로 말을 바꿨을지 모르겠지만, 예로부터 학인 선비의 언행은 바르고 조신해야 했다. 보통사람들이 초상집에서 상추쌈 안하고 건배 안하듯이 선비들은 과수원 옆에서 갓 고쳐 쓰지 않고 원두막 부근에서 신발 끈 매지 않는 교육을 받아왔다.

면구스러움에 억하심정으로, 우리들도 초상집에서 건배하지 않고 상추쌈 하지 않는 보통 민중인데, 옛날 선비가 요새 어디 있느냐고 버텨버리면 그야말로 유구무언이다.

민주당은 주말까지 당 원내대표와 중진급 의원들이 장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행사장과 거리를 누비고, 주말인 24일에는 지지자 500여명이 참석하는 집중유세를 가져 대대적인 세 확산에 나설 계획이라 한다. 잘하면 정치적 삼바축제가 될 법도 하다.

80년 5월 당시 시민군 기획위원이었던 한 인사가, 입만 열면 5·18로 자기 치장하는 ‘5·18장사꾼’들이 만드는 광주 오월 주변을 개탄하면서, “그대들 어디서 어떻게 있었습니까?”하고 메아리 없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1960년 4·19 이후 오늘에 이르는 시간은 민주화 투쟁 기간이자 민주의 수난기로, 그 과정에는 4·19, 6·3한일회담 반대, 삼선반대, 민청학련 사건, 교육지표 사건, 5·18민중항쟁, 8·7호헌반대 시민항쟁 등 수많은 민주화의 올레길이 있다.

아직 민주의 올레길 구석구석은 너무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곳 광주에는 유독 많다. 민주당 중진 여러분! 그대들 어디서 어떻게 계셨습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아픔을 조금이라도 실감하실지 궁금하지만 마냥 당신들의 거동을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민주정권 말아먹고 지방권력 탐하나

이 땅의 민주세력들에게 가장 급하고 중요한 일은 2012년으로 예감되는 민주회복입니다. 나 홀로 민주회복이 가능합니까? 연대하는 민주회복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아직도 증명해야 할까요?

유신·독재 잔여세력들은 벌거벗은 임금으로 모두가 들통 나 버린 것도 모른 채 천안함·4대강 등으로 사람들의 정치적 치매를 자극하고 재집권을 당연시하면서 당내 헤게모니만이 문제라고 보고 있는데, 민주 대연대의 큰 방략을 준비해야 할 여러분, 광주 남구에 대한 집착을 털어 내십시오.

광주의 자결(自決)을 방해하는 것은 광주의 자존을 해치는 일입니다. 복받치다 보면 삼가 할 언어도 튀어 나옵니다. 당신들은 위탁받은 민주정권을 말아먹고 지방권력이라도 움켜쥐려고 떼거리로 발버둥치는 집단으로 타매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자결(自決)을 존중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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