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같은 사람
대나무 같은 사람
  • 박상은
  • 승인 2010.07.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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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대나무는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특히 사시사철 곧고 푸르다하여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누군가는 ‘대나무를 사흘 안 보고는 살 수 없다. 대나무를 안 보면 마음에 속된 것이 생긴다.’라고 노래했다.

옛 선비들은 대나무처럼 제 속을 비우는 욕심 없는 사람, 불의와 부정에 타협하지 않는 지조 있는 사람. 즉, ‘대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자 정진했을 것이다.

선비들이 정진하며 그토록 배우고자 했던 대나무의 품성. 그러나 지금의 대나무는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 아니라 ‘기둥으로 쓸 수 없는 것’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정진하여 대나무 같은 사람으로 불리고자 했던 따라 배워야 할 삶의 지표와 같았던 대나무는 90년대 말 ‘대쪽’으로 쪼개져 날카로움과 냉철함을 상징하며 의미가 퇴색되기 시작해서 결국 지금에 와서 ‘쓸모없음’으로 불리고 있다.

‘推奴[추노]’라는 드라마에서 자객 황철웅이 영의정 임영호를 베기 전의 대목이다.  

임영호 : 가서 전하시게. “흘러간 물로는 방아를 찧을 수 없다”고.
황철웅 : 좌상(이경식)께서 전하시랍니다. “대나무는 곧으나 기둥으로 쓸 수 없다”고.

대나무는 곧으나, 기둥으로 쓸 수 없다

대나무 같은 사람을 우린 4대강에서 만날 수 있다. 영산강에서도 만날 수 있다.

대나무 같은 사람 MB는 수천 톤 바지선을 띄우는 한반도 대운하의 포석을, 강을 마구잡이로 준설해 강을 다 죽이고 강이 아닌 수로로 만드는 토목공사를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좋은 포장으로 덧씌우고, 수질개선이, 가뭄 및 홍수가, 경제가, 생태문화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모든 권력을 동원해 국민들의 입은 막고, 4대강 죽이기를 밤낮으로 ‘속도전의 기치 높이 들고’ 파재끼고 있다.

또 하나의 대나무 같은 사람 전남도지사도 지역민심과, 영산강의 생사와, 당신의 소속정당의 정책방향과도 무관하게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영산강을 파재끼는 일에 MB와 맞장구를 치며 매진하고 있다. 참으로 대나무 같은 사람이다.

과연 이같은 대나무 같은 사람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영산강을 살아있는 강으로 흐르게 만들 수 있을까? 과연 이 대나무를 곧다하여 기둥으로 쓸 수 있을까?

우리는 지난 3년 전 잘못 세운 대나무 기둥이 얼마나 위험천만한가를 몸서리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대나무 기둥을 그것도 영산강의 썩은 오니로 그 빈속을 채운 대나무 기둥을 다시 세우려하고 있기에 우려는 더욱 크다.

수질보다는 수량이 우선이라는 대나무 기둥. 수량이 많아지면 수질이 개선되고 수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보를 쌓아야 한다는 논리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영산강 하구에 물이 없어 어디 연중 녹조가 발생하고, 바닥은 썩어 오니토로 가득하겠는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말도 이젠 그들의 식으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고인 물도 양만 많으면 맑아진다.’ 쯤으로.

20여일 넘게 전남도청 앞 천막농성 중

이상하게(?) 곧은 대나무 기둥 세우기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지난 6월부터 20여일 째 전남도청 앞에서는 기둥으로 쓸 수없는 대나무 같은 사람의 사퇴와 영산강을 살아있는 흐르는 강으로 만들 것을 요구하며 천막농성과 1인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취임 하루 전날인 6월의 마지막 날에는 시민, 노동자, 농민, 학생 등 4백여 명이 도청 앞에 모여 ‘영산강 지키기 결의대회 및 문화제’를 열고 참석자 전원의 동의로 결의문을 채택하고 취임식 날에는 첫 민원으로 결의문을 전달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각양각지에서 이어져 영산강이, 사람이, 물고기가, 강물이 생명으로 북적이는 강으로 흐르게 만들 것이다.

자신의 작은 성공에 오만하지 않고, 강의 포용력으로 주변에 귀 기울이는 진정 ‘대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주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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