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D라인’이 저 출산 대책?
‘임산부 D라인’이 저 출산 대책?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6.1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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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아이낳기 좋은세상 광주본부, 사진공모전 추진
지역여성계, 여성 몸매 대상화 단발 이벤트 재고 요구

광주지역 여성계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광주시와 아이낳기 좋은세상 광주지역본부가 추진 중인 ‘임산부 D라인 뽐내기 사진공모전’이 부아를 돋웠다.

명색이 시가 저 출산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것이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작 임산부에게 필요한 출산·양육 대책, 보육 공공성,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기회 확대, 양성평등 문화 등에는 ‘뒷짐’을 졌다.

시와 아이낳기 좋은세상 광주본부는 오는 7월 인구의 날을 맞아 ‘임산부 D라인 뽐내기 사진공모전’ 사업공고를 했다. 몸매가 예쁜 임산부를 뽑아 출산장려금을 주겠다는 의도다.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저 출산 근본원인과 해법은 제쳐두고 단발성 사업으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의전화,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장애인연대, 광주여성회 등이 즉각 ‘임산부 아름다운 D라인 뽐내기 사진공모전’의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결코 바람직한 출산장려정책이 될 수 없다는 선고에 다름 아니다.

여성단체들은 “현재 우리사회가 S라인, V라인 등 정형화된 여성외모 만들기를 부추기면서 과도한 다이어트와 성형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런 사회분위기는 여성의 건강권 훼손과 여성 몸의 상품화라는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이어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지자체마저 여성의 외모와 몸매를 미의 기준으로 삼고 ‘라인’을 들먹이며 시상하려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임산부는 라인이나 몸매로 평가받아서는 안 되고 건강권이 우선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이 행사가 임산부의 행복한 사진을 통해 임신과 출산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의도일 수는 있겠지만 임신여성의 몸매를 아름답다고 홍보하는 것은 마치 요즘 여성들이 몸매가 흐트러질까봐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단순논리를 뒷받침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 몸의 대상화를 넘어 왜곡된 인식까지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저 출산에 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도 주문했다.

2005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저 출산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양육에 따른 부담’이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 가운데 1위로 나타났다. 아이 한명 당 대학졸업 비용으로 최소 1억 원 이상 들어가는 사교육비 부담이 저 출산의 1차 원인으로 밝혀진 셈이다. 

여기에 가사와 육아에 대한 여성들의 부담, 양질의 보육시설 부족, 여성의 사회적 참여·기회 부족 등의 문제도 여성의 출산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저 출산이 지속되는 사회적 배경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상승하는데 비해 출산 후 육아에 대한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 안전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단체들은 또 “시가 낮은 출산율의 근본원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아이를 기르기 위한 원활한 보육환경을 개선하는 대책과 가족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예산편성을 우선과제로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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