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5·18에
서른 살의 5·18에
  • 김순흥
  • 승인 2010.05.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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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흥 (광주대 교수, 한국사회조사연구소 소장)

5·18이 15살이 되던 1995년 ‘5·18 국제학술회의’가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문을 연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지방에 있는 작은 비영리 민간 연구소인 사단법인 광주사회조사연구소(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옛 이름)가 거금 2천만 원을 들여 국내외의 사회학자, 정치학자, 역사학자, 인류학자 등 전문가와 5·18을 직접 겪었던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광주에서 국제학술회의와 워크숍을 연 것이다.

세월이 지나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뜨고 난 뒤에도 5·18이 영원히 기념되고 그 정신이 계승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방법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에 연구소에 관여하는 학자들이 공감하게 된 것이 학술회의를 열게 된 계기였다.

결과적으로, 그때까지 정치권과 운동권에서만 주로 다루어지고, 직접 겪은 당사자들의 손에서만 다루어지던 5·18이, 당사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학문과 역사의 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5·18기념재단과 광주시가 주축이 되어 5·18국제학술회의, 국제평화포럼 등으로 계속해오다가 올해부터는 광주아시아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계속하고 있다.

전국화와 세계화는 이루어졌는가?

30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5·18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5·18특별법이 제정되고,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법적 심판을 받고,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국립묘지로 승격되고, 피해자가 보상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문제가 있다.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전국화와 세계화는 이루어졌는가? 정신계승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30주년이 되는 국가기념일 5·18 기념행사를 가지는 자치단체는 광주전남을 빼면 몇 군데나 있는가? 피해자와 가족, 몇몇 뜻있는 인사와 학생들을 제외하면 몇 사람이나 5·18을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고 기념하는가? 살아있던 현대사가 이제는 먼 옛날의 역사로만 기억되고, 거의 모든 대학생들의 관심사였던 민주화와 5·18이 이제는 몇몇 학생들만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는가?

정신계승은 이루지고 있는가?

몇 년 전, 한국사회조사연구소에서 전국의 초·중·고 학생 1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8이 일어난 해를 정확히 말한 응답자는 전체의 2%밖에 되지 않고, 3%는 틀리게 알고, 93%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

광주의 청소년조차 5·18이 언제 있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11%에 지나지 않고, 6%는 틀리게 알고, 81%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 1998년 조사에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32%이었는데 점점 낮아져서, 2000년에는 22%, 2004년에는 11%까지 낮아졌다.

2004년의 전국 평균 2%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이지만 발생지인 광주의 수치로는 부끄러운 수치이고,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추세는 그대로 두고 보기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전국의 초·중·고 학생 가운데 5·18의 성격에 대해서 ‘신군부의 집권에 맞선 시민항쟁’이라고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6%에 지나지 않았고 25%는 틀리게 알고, 68%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 광주는 6%만이 제대로 알고, 52%는 틀리게 알고, 41%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

3·1운동 발생시기에 대해서는 전국 초중고 학생의 15%가 제대로 알고, 성격에 대해서도 48%가 제대로 알고 있던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6년 전의 조사결과가 이 정도인데 지금에 와서는 수치가 얼마나 더 낮아졌을지 모르겠다. 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교육현장을 볼 때 더 나아졌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30주년을 맞으면서 ‘5·18 정신계승’을 걱정한다. 제대로 알고서도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기념일, 국립묘지 등 외형은 많이 갖췄지만 내실이 갖춰지지 않은 채 세월이 가면 5·18정신도 유공자들과 함께 국립묘지에 묻혀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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