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희망 혹은 절망 어느 쪽입니까?”
“여러분은 희망 혹은 절망 어느 쪽입니까?”
  • 최유진 기자
  • 승인 2010.05.03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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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학벌없는사회’ 초청 김용철 변호사 강연

▲ 삼성 비리를 고발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달 28일 전남대를 찾았다. 강의실은 학생, 교수 등 ‘삼성’에 대한 진실을 듣고자하는 500여명의 시민들로 꽉 찼다.

봄기운을 잘라내고 폭우와 싸늘한 추위가 닥쳤지만 ‘그’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강연장 입구는 ‘그’의 얼굴을 보기위해 한 발자국이라도 내 딛으려는 사람과 이미 미어터질 듯한 장내에서 튕겨나가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아우성이었다. 행사 진행자는 장내를 정리하느라 분주히 뛰어다녔고 강연은 예정보다 20분이 지나 시작됐다.

강의실 의자는 물론이고,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만한 통로와 심지어 그가 서 있는 단상을 제외한 강단 위까지. 공간이라는 공간은 모두 청중들로 채워졌다.

▲ 김용철 변호사.
지난 2007년 삼성비리를 고발하며 최근 관련한 책까지 펴낸 화제의 인물 김용철 변호사를 보기 위해 학생, 교수, 시민 500여명이 모였다. 강연은 지난달 28일 저녁 7시 전남대학교 법대 강의실에서 열렸다.

“무료 강연이라서 이렇게 많이 온 것입니까?”

강연이 시작되기 전 주관 단체인 ‘학벌없는사회’의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에게 김 변호사가 물었다고 한다.

“그것은 아닙니다” 교수가 대답했다.

굳이 토를 달자면 소위 현대 사회의 ‘풍요속의 빈곤’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이들이 찾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

그는 “동년배의 80, 90%가 대학 교육을 받는다. 대학을 나와서도 취직이 안 되는 도무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다”며 “현실이 이렇다면 대학도 무상 의무교육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며 가볍게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며 강의를 이어갔다.

“대기업 취직 순간은 기쁘겠지만 결국 소모품”

기업체 취직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취업 성공이나 인사 노하우 등을 얻고 싶어 하는 눈길을 보내는 청년들에게도 일침을 쏘아댔다.

김 변호사의 말을 빌린다면 “삼성에 취직한다는 것은 순간은 좋겠지만 결국 기계의 소모품이 될 뿐”이라는 것.


그는 “삼성 내 고용 체계를 보면 여성은 거의 승진이 불가능하다”며 “장애인은 아예 고용하지 않으며, 고용법에 저촉될 경우 벌금을 내는 선에서 해결해 버린다”고 말했다.

그가 다급히 덧붙인다. “아참, 요즘에는 여성 임원들이 좀 있더라”며 “이건희 일가 쪽 몇 명”이 그렇더라고.

그는 이어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한 50대 대리는 연봉 9백만 원을 받으며 처절한 심정으로 출근을 하기도 한다”고 실상을 전하며 “고위직이 되려면 희망퇴직자 명단 만드는 게 일이고, 노동자들이 근무 중 얻은 질병(산업 재해)과 고통, 죽음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삼성의 실체다”고 고발했다.

한국사회와 국민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도 이어졌다.

“대부분이 중산층 착각하고 거대정당에 투표”

그는 “도대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어딘지도 모르고 산다”고 지적했다.

이유인 즉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거대 정당에 투표한다”며 “성공하기 위해 뒤로 돌아보지 않고 악착같이 버티는 것, 아파트를 구입하고 매해 대출금을 갚느라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의 중산층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소한 중산층이라면 문화생활도 즐기고, 여행도 다니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며, 공동체적인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 아닌가”라고 청중을 몰아세웠다.

때문에 그는 우선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자각하라”며 “현재에 있어 가장 현실적 변화의 방법인 선거에 적극 나서라”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청중과 제한 없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자신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여학생은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는데 ‘부장’검사가 ‘부패한 장’의 줄임말이라고 표현했더라”며 “그렇다면 그런 검사가 되지 않기 위한 희망적 조언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단번에 대답했다. “없습니다”라고.

이어 그는 “뇌물 심부름과 비자금 만드는 일을 확실히 잘할 자신이 있다면 삼성 사장도 검사장이 돼 성공 할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경험에 비추어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버틸 수 없게 하더라”며 “다만 여러분들이 희망이 될 수도, 혹은 절망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채 강연을 마무리 했다.







다음은 간추린 청중과의 일문일답
●삼성이 없어지면 다른 기업 문제들도 해결될까?
→세상에 문제가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삼성이라는 기업과 이건희를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주장이 있던데.
→나도 분리해서 보고 싶은데 분리가 안되더라. 입사 연수때 회장의 이익은 곧 자신의 이익과 동일하다는 선서를 하는데…. 이건 뭐.

●이번 강연에서 좀더 구체적인 현실 방안을 말해주지 않아 아쉽다.
→난 할만큼 다 했다. 책을 통해 다 썼고,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다. 도대체 무슨 방안을 바란다는 건지.

●파란만장한 삶을 사신 것 같은데 혹시 힘들 때 위로가 됐던 말은?
→한마디로 뭐 위로가 되겠습니까?

●어떤 각오로 하셨습니까?
→죽을 각오

*김용철 변호사는?
1958년 3월 광주 출생으로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공부했으며 특수부 검사로 일하다 쌍용 김석원 회장의 비자금 수사로 인해 검찰을 떠나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으로도 근무하였으며, 삼성을 나온 3년 뒤 이건희 일가의 비자금을 폭로했다. 지난 2월 펴낸 삼성 비리 등 양심 고백을 담은 책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폄)>의 판매부수가 13만부를 넘기며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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