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시간이 없습니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5.0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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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덕 할머니, 미쯔비시 중공업 사죄·배상 촉구
시민모임, 아리랑 3호 위성발사용역권 철회요구

▲ 지난달 29일 광주 상무지구 미쯔비시 자동차 전시장 앞에서 양금덕 할머니가 미쯔비시 중공업 사장에게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편지글을 읽고 있다.
“나는 시간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가 없습니다. 당신 손에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지난달 29일 광주서구 치평동 미쯔비시 자동차 광주전시장 앞.

양금덕(82) 할머니의 옷소매가 또 다시 젖었다. 일본 전범기업 미쯔비시 중공업의 사죄와 보상을 호소하는 편지글을 읽는 내내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양 할머니는 미쯔비시 중공업 사장에게 보내는 글에서 “일본에 가면 중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벌수 있다는 말에 속아 귀 회사에 끌려간 것이 불과 13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고 서두를 꺼냈다.

일본에서 강제노동과 귀국 후 “몸 버린 여자” 취급받고 “따뜻한 가정 한번 꾸리지 못한” 고통을 호소하는 과정에서는 끝내 눈물 보를 참지 못했다.

양 할머니는 “이제 남은 것은 허약한 몸뚱이 뿐이며 서서히 죽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죽기 전에 잘못했다는 사죄한마디 받아보겠다는 것이 과한 욕심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당신들에겐 사랑스런 어린 딸과 손녀가 없냐”며 “당신들의 양심을 끝까지 지켜보고 설령 죽어서라도 두 눈 부릅뜨고 싸울 것”이라고 참회를 호소했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김희용 대표도 편지글을 통해 “인류에게 저지른 전쟁범죄는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된다”며 “잠시 누리는 호의호식에 영혼이 마비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충고했다.

시민모임 김선호 고문도 “미쯔비시중공업이 2007년 나고야고등재판소의 자발적 구제권고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일본정부도 지난해 후생연금탈퇴수당으로 99엔을 지급했다”며 “이는 귀사의 부도덕성과 일본의 국격을 세계만방에 보여준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김 고문은 또 “니시마츠 건설이 중국인 피해자들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나머지 피해자들과  두 번째 화해에 나섰다”며 “부디 인권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를 향한 아름다운 회사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발사 예정인 미쯔비시 중공업의 아리랑 3호 발사용역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모임은 “니시마츠 건설의 이번 과거사 화해조치는 한마디로 중국과 대한민국의 국격의 차이”라며 “중국은 1972년 중일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적극 대처해왔다”고 평가했다.

시민모임은 이어 “우리정부는 피해자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정부가 앞장서 전범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있는 꼴”이라며 “일본에 있는 최소 4조원대의 공탁금을 환수하고 미쯔비시 중공업에 대한 아리랑 3호 위성발사 용역권을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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