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살리는 시골 ‘작은 학교’의 매력
농촌 살리는 시골 ‘작은 학교’의 매력
  • 강위원
  • 승인 2010.04.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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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위원 여민동락공동체 대표

전체 학생수가 20명 이하면 학교통폐합 대상이다. 올 9월이면 영광군 묘량중앙초등학교는 그렇게 기억 속에서 사라질 판이었다. 그런 학교를 일명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살려나가고 있다.

주민자치조직인 ‘학교발전위원회’를 발족해 자체 통학차량을 운행한다. ‘급식’이나 ‘방과 후 학교’, 물론 전액 무상이다. 또한 작은학교의 강점을 살려 풍물교실 등 6~7종류의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이들을 설레게 하는 주말체험학교도 매월 2회 기본으로 진행된다. 초현대식 병설유치원이 있어 4살 아이부터는 무상보육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 심지어 학교발전기금을 활용해 정규수업 후 전문 피아노 학원이나 태권도 학원까지 전교생 전액 지원하고 있으니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폐교위기 작은학교 지역민이 지켜내

사실 묘량중앙초는 올해 초 졸업생을 빼면 남는 학생은 12명에 입학 예정 학생은 겨우 1명이었다. 총 13명의 학생으론 폐교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작은 혁명이 시작됐다. 지역사회 비영리단체인 여민동락공동체가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학교가 있어야 마을이 살고, 마을이 살아야 농촌이 산다’는 생각으로 힘을 나누고 합했다.

봄·여름·가을·겨울, 1년 4계절마다 아이·학부모·지역민이 모여 ‘작은 콘서트’를 열고, 밤에는 별빛 달빛 보며 아이와 함께 마을도서관에서 책을 읽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시골의 작은학교에서 개별지도를 받다시피 하며, 무상 과외수업을 받은 아이를 실력과 품격을 두루 갖춘 아이로 키우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자는 희망이 나눠졌다. 지역 주민들이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귀농 귀촌 지원센터, 빈집정보센터까지 열어 귀농 귀촌을 알선하기까지 하자, 그 변화는 실로 대단했다. 서울, 강원도, 광주, 영광읍 등에서 입학 및 전학생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살림은 시골에서 하고, 직장은 도시로 출퇴근하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그 결과 1명으로 그칠 뻔한 1학년 새내기가 6명으로 늘었다. 전입학생까지 전교생은 23명, 학교 살리기 몇 달 만에 폐교의 위기를 넘기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비단 묘량중앙초 뿐만이 아니다. 요즘 농촌 작은학교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폐교위기까지 갔던 농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가 활성화되면서 ‘돌아오는 농촌’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연구보고서 ‘농촌학교 활성화 실태와 시사점’을 통해 학교 혁신을 주도한 교장의 리더십, 리더십을 따라주는 열정 있는 교사, 학교 구성원이 만들어낸 농촌형 프로그램, 지역주민의 활발한 학교 운영 참여가 100여 곳이 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문제 해결 없이 농촌 미래 없다

농촌학교 활성화가 과거에는 지역사회운동 차원에서 특정 지역의 특정 학교 중심으로 추진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이 돌아오는 이러한 농촌 학교의 성공모델을 좀 더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전원학교’라는 이름으로 전국 110개 농촌 학교를 선정해 집중지원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앞으로 농촌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농촌 학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을 ‘문화재’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야말로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모든 논과 밭과 산야를 갈아엎고 공장을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공장을 짓고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농촌을 부흥시킬 수는 없는 일이며, 바람직하지도 않고 성공하지도 못한다. 농촌의 문화원형을 복원하고 구조를 혁신하여 새로운 대안농촌의 생산력 기반과 경제동력을 부흥시켜야 농촌자체가 경쟁력 있는 삶터로 성장할 수 있다. 그 문화재를 잘 키우고 가꾸고 보존하는 근본바탕에 바로 ‘교육’이 있다. 교육과 보육문제의 해결 없이 농촌의 미래는 없으며, 정주인구의 증가와 경제 복지 문화의 부흥도 불가능하다.

그래서다. 작은 학교 살리기 시도는 단순히 농촌 살리기의 수단이 아니라 대전제다. 작은 학교는, 그래서 더 큰 가능성의 보고다. 젊은 가족들의 이주, 새로운 형태의 귀촌과 귀농을 유치하고 접대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이 필수다. 그야말로 학교가 있어야 마을이 살고, 마을이 살아야 농촌이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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