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사회복지 공무원
막돼먹은 사회복지 공무원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4.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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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가족과 짜고 지적장애인 보조금 꿀꺽
인권센터, 검찰 신속·철저 수사와 엄정 처벌 촉구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에나 나올법한 기가 막힌 일이 발생했다.

현직 공무원이 1999년 5월부터 올 2월까지 10년여 동안 지적장애인의 기초생활수급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어서다.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남지소 부설 전남장애인인권센터(이하 인권센터)에 따르면 광주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전남 장흥군청 6급 공무원 송모(46)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군청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송씨는 지난 1999년 5월 자신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지적 장애 3급인 강모(57)씨를 기초수급자로 만들었다. 그때부터 송씨는 자신 부모의 계좌로 보조금을 입금하는 방법으로 10 년여 동안 강씨의 돈 39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인권센터는 “송씨가족은 지난 1999년 강씨를 호적에 취적시키고 곧바로 장애등록과 기초생활수급자 등록을 했다”며 “그 후 10년여 동안 강씨의 통장에 보조금이 입금됐다가 통째로 출금되거나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통장으로 이체가 되는 일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인권센터는 또 “그렇게 나간 돈만 어림잡아 3900만원이지만 여기에 산정 가능한 기간을 고려해 받지 못한 돈까지 계산하면 약 8500만원이 된다”며 “공무원인 송씨가 이런 일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송씨는 경찰조사에서 “살 곳이 없고 지적 능력도 떨어지는 강씨를 데리고 살며 생활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센터는 ‘노동력 착취 의혹’도 제기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강씨는 1970년 가출한 무적자 신분으로 1975년부터 송씨 집에 살면서 집안일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인권센터는 “강씨가 젊은 시절부터 송씨 형제들과 자랐는데 김 양식, 논·밭농사, 가축돌보기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도맡아 했다”며 “이렇게 일을 하고도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센터는 이어 “강씨가 돈을 구분하고 글을 읽는 등 스스로 일상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보호해준다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보조금을 횡령하는 등 인권침해의 악순환을 계속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광주지검은 ‘증거확보’ 등을 이유로 사건을 서부경찰서로 돌려보낸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에 대한 직접조사도 요구했다.

인권센터는  “지적장애인을 노린 전형적인 범죄에 검찰은 망설이지 말고 증거가 부족하다면 직접 조사하라”며 “검찰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건을 규명하고 엄정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수급비 횡령과 노동력 착취 등 인권침해 사건들이 꾸준히 고발되고 있지만 약식명령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가해자가 고령일 경우 처벌조차 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센터는 “송씨의 형사사건 처리 이후 노동착취 등과 관련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등 강씨의 권리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기초수급자 관리소홀 혐의로 장흥군 모 면사무소 담당공무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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