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과 용불용설
천안함과 용불용설
  • 박상은
  • 승인 2010.04.0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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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용불용설(用不用說)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데 있어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하거나 없어진다는 학설로 프랑스 생물학자 J.라마르크가 <동물철학>에서 주장했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주장한 환경에 적합한 개체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도태된다는 자연선택설과 함께 진화설의 주요한 한 학설이다.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용불용설에 대해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기린은 원래 목이 짧았는데 높은 나뭇가지에 있는 잎을 먹기 위해 목을 자주 쓰면서 차츰 길어지게 됐고, 지금처럼 긴 목을 갖게 됐다.”라고 기린이 긴 목을 갖게 된 이유를 용불용설의 대표적인 사례로 설명해주었다.

현재는 용불용설의 유전학적 오류 등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진화설의 개념이 아닌 일상의 경험들과 사례들에 비춰 생각해보면 그럴듯하다.

구조 노력보다 사고 원인에만 집착

축구선수가 하체근육이 발달하고 야구선수는 상체근육이 발달했다거나, 해녀들의 잠수능력이 일반인 보다 더 뛰어나다거나하는 예도 있을 것이고, 또한 ‘생활의 달인’이란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우리주변의 달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반복하는 과정에 몸에 배고, 그로 인해 빠르고 정확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진화(?)’ 되었다고나 할까. 우리의 일상과 연관 지어 보자면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하다.

이번 천안함의 침몰사고를 보면서 용불용설이 떠오른다.

천안함 사고와 관련한 어깨에 별을 단 사람들과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과 시선을 보면 우려를 넘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또한 앞으로는 용불용설을 설명할 때 이제 더 이상 기린이 아닌 천안함이 이야기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깨에 별단 사람들과 일부 언론의 이번 사고소식을 전하는 모습은 안타까움이나 슬픔보다는 그간 키워온 우측본능(?)을 한껏 뽐내는 능력발현의 장으로 보인다. 그저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40여m 바다 밑에 갇혀 46명의 기다리고 있다고 국민 모두가 믿고 있는 그들의 구출하기 위해 힘을 쏟아야할 지금 어깨에 별을 단 사람들과 일부 언론의 ‘가능성’은 그저 사고의 원인으로만 가고 있다. 아직도 “왜?”에만 집착하고 있으며, 그 집착은 결국 북한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사고지점의 위치적 특성 등을 고려하면 분명 북한이라는 가능성은 열려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보다 앞서 “왜”가 아니라 “어떻게”가 선행돼야하며 가능성 또한 그렇게 열려있어야 한다. 일부 언론의 보도는 이번 사고의 안타까움이나, 조속한 구출이 아닌 북한과의 연관에만 집착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불필요한 자극으로 위험천만해 보이기까지 하다.

‘北 도발’ 운운 대결구도 저의 불편

60년 전 6.25전쟁 시기에 설치됐다는 기뢰, 자살특공대, 북한 잠수정의 기동, 심지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은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 근황 등을 보도하며 광고기법 중의 하나인 ‘서브리미널 메시지(subliminal message)’처럼 보는 이들의 잠재의식에 ‘북한의 도발’이라는 식의 강요로 몰아가고 있으며,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국민적 슬픔마저도 이상한 대결구도로 몰아가고 강요하는 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지경이다.

지금 우리가 기다리는 소식은 사고원인이 무엇인가 보다 40m 바다 밑에 갇혀있을 46명의 병사들의 구출소식이다. 국민 모두가 사고의 안타까움과 슬픔을 가족의 심정으로 밤낮 현장소식에 귀기우리고 있다. 또한 생존한계시간 69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46명 모두 생존해 있다는 믿음의 끈만은 놓지 않고 구출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회자되는 ‘가능성’이란 단어가 그저 침몰 원인에 대한 가능성에 국한되지 않고, 46인의 생환 가능성과 믿음이길 간절히 바라며, “왜”가 아닌 “어떻게”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방법을 찾고 한시바삐 움직여주길 멀리서나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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