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치료 전문병원 의료비 부당 수급
알콜치료 전문병원 의료비 부당 수급
  • 최유진 기자
  • 승인 2010.03.29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주모임 참가자→입원환자로 꾸며

광주의 모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병원이 병원 내에서 자생적으로 운영중인 ‘단주(斷酒)모임’ 회원들을 ‘알코올 의존증 환자’로 꾸며 국민건강관리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를 타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2년부터 단주모임에 나가고 있는 이 모씨(58)가 최근 암보험에 가입하려다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 입원한 전력이 있어 가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게 돼 병원 측의 불법 행위가 들통 났다.

같은 모임 회원인 김 모씨(51)도 입원 기록이 허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는 지난 2005년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한차례 상담한 뒤 쭉 단주모임에만 참가해왔다. 하지만 공단 진료기록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해당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던 적이 있던 회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진료없이 모임에만 참여해 온 회원들 다수가 이와 비슷한 처지였다.

이에 대에 병원 관계자는 “단주 모임이 진행될 때 병원 측에서 상담사를 배치하는 등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해 도움을 주었다”고 해명했다.

또 “개원 초기 병원의 열악한 사정을 걱정해 초기 모임 회원들이 자부담 없이 공단에 급여 부담금을 청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해 시행됐는데, 시간이 지나 회원들이 들고 나는 가운데 문제가 불거졌다”며 관행적인 운영을 반성했다.

병원의 불법 행위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모임이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가량 병원 내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사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의료법 상 ‘낮 병동 입원(6시간 이상 입원 후 당일 퇴원이 가능한)’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회원들이 공단에 확인한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은 더 충격적이었다.

한 회원은 4년 동안 총 57회 입원한 것으로, 한 회원은 8년 동안 100회 가량 입원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병원은 공단으로부터 각각 750만원, 1000만원 부담금을 지급받았다.

모임 회원인 김 씨는 “약 10여 년 간 모임을 거쳐간 회원이 수백 명이 넘는다”며 “병원이 부당하게 받은 급여는 수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월에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합동조사팀을 꾸려 2주간 현지 조사를 벌였다. 조사팀은 “단주 모임 참가자들을 입원 처리한 것은 잘못됐다”며 시정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회원들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피해(보험가입 제한, 보험료 지불제한, 직장에서 불이익, 정신적 피해) 구제를 위해 진료기록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 씨 외에 피해자 10여명은 현재 국가인권위 광주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실제 인권 침해 등 피해를 받은 점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며 “알코올 중독 치료 특성상 모든 진료 기록 삭제는 어렵지만 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