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가르침
‘무소유’의 가르침
  • 명등룡
  • 승인 2010.03.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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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등룡(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

아직 봄꽃이 채 피기도 전에 참으로 ‘맑고 향기로운’ 꽃 한 송이가 당신의 말씀대로 본연으로 돌아갔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면 저는 아마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 중에 한분이 법정스님일 것입니다.

단 한 번도 마주친 인연은 없지만,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스님은 제 마음속에 은은한 향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책이 아니라 말씀이었습니다.

피 묻은 학살자가 대통령이던 시절, 제 개인의 앞날과 부모님에 대한 도리, 그리고 나라와 민족의 운명의 틈바구니에서 방황하던 그 때에, 친구를 통해 들려오는 그분의 말씀은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한 줄기 빛이 됐던 그 분의 말씀

‘인생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의 뜻이 무엇인가를 되물었을 때 ‘자신이든 남이든 가두려 하지 말고, 제물이든 마음이든 쥐려고 하지 말고 버리라’는 뜻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저의 한차례의 큰 홍역도 깨끗이 나았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고비마다 넘어지고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말씀으로 책으로 저를 일으켜 세우시고 길을 밝혀 주셨습니다.

한번쯤 찾아뵐까 떨리는 수소문도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그 자리는 늘 비워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빈자리가 있어 더욱 그리워졌을지도 모릅니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연이란 게 꼭 옷깃을 스치지 않아도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분의 책 한권을 제대로 끝까지 정독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분이 그렇게 많은 책으로 말씀을 남기셨는지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최초의 말씀하나도 제대로 깨닫고 실천하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제 마음 속 남아있는 온갖 욕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저 글줄이나 외우려 하지 말고 대중의 고통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라’는 그분의 말씀을 곧이 곧 대로 들은 저의 모자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무소유’(1976)로부터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2009)까지 제목만 대충 훑다가 만 어줍잖은 중생이 그래도 그 제목의 뜻이라도 깨달아보고자 무던히 애쓰고 있음을 알아주시리라 믿기에 마음은 티끌처럼 가볍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4대강 개발 막아야 

다만 세상은 더욱 어지러워지고, 탐욕에 눈먼 자들의 광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이 시기에 그나마 보이지 않지만 사표가 되어 수많은 중생들의 물음에 답해주셨던 그 눈빛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스님의 말씀대로 자자손손 후손들에게 대역죄를 짓게 될 4대강 개발부터 막아야겠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한 번 손대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그 죄 만큼은 짓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되면 생존의 전쟁터에 나간 부모를 잃은 우리아이들에게 친환경으로 기른 따뜻한 밥 한 그릇은 먹일 수 있겠지요. 평생을 다 바치고도 쓸쓸한 우리 부모님들에게 따뜻한 밥상 한 번 대접해 드릴 수 있겠지요.

해마다 꽃은 피어나겠지요, 그리고 그 맑고 향기로운 꽃은 한라봉에서 백두봉까지 온 산천에 다시 피어나겠지요. 샘처럼 생명으로 흐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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