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은 어때요?
복불복은 어때요?
  • 박상은
  • 승인 2010.03.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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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6개들이 번들포장으로 마트에서 5천원에 판매하는 컵라면으로 하루 두 끼를 때우며, 컵라면엔 역시 계란이 들어가야 한다며, 건강을 위해 지리산에서 지렁이를 파먹고 자란 닭이 낳은 유정란만을 고집하는 왕년엔 엄.친.아로, 부모님과 가족 심지어 사돈네 팔촌까지 크게 될 사람이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지금은 NEET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공부도 하지 않으며, 취직도 하지 않고 있는 젊은이들을 이르는 말)이라고 불리며, 3년 4개월째 청년백수로 생활하고 있어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올해 나이 30살의 이태백 씨는 요즘 사업구상을 한다며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사이트 등 을 들락거리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자 주말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을 보고 있는 이태백 씨에게 ‘이번 6월 2일 전국동시 지방선거의 후보선정을 위한 방법으로 어떤 것이 좋겠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복불복(福不福)?!”

혀 짧은 소리로 기자들의 또박또박한 어투를 흉내 내려고 애쓰는 모습과 마지막 반전이 재미를 주는 개그맨 김현철의 ‘피디수첩’을 패러디한 ‘피디공책’을 흉내 내 봤습니다.

과열된 후보경선이 정치회의 불러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후보자 공천을 위해 시민공천배심원제니, 국민공천배심원제니, 국민참여경선이니 하면서, 공정하게 민심을 반영한 후보자를 선정하겠다며 다양한 방식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4년간 민의를 대변하고 지역의 살림을 맡아 이끌어갈 대표선수들을 가려내는 과정이므로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신중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이러할진대, 얼토당토않게 ‘복불복’이라니, 참으로 철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현실인 것을….

공천방식을 놓고부터 벌어지고 있는 후보자 간, 정파 간 경선과정의 신경전을 바라보는 민심은 벌써부터 선거 자체에 대한 회의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투표 당일 어디로 놀러갈지를 먼저 생각하게 합니다. 선거가 나의 일이 아닌 ‘너희들의 일’로 밖에 느껴지지 않게 합니다.

감동이 없는 후보자 경선을 바라보며, 표심은 생각합니다. 감동이 없으면 차라리 재미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복불복’을 떠올립니다.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시끌벅적하게 돌아가는 모양새에 애당초 감동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차라리 재미라도 줬으면 하는 바람이지 싶습니다.

‘복불복 공천’이 우스갯소리이긴 합니다만, 지금처럼 서로를 분탕질하며 민심을 짜증으로 몰아가느니 보다 차라리 ‘복불복’으로 재미라도 주는 것이 훨씬 표계산에 있어서는 효과적이진 않을까 하는 웃지 못 할 생각을 해봅니다.

감동과 재미 주는 선거 보고 싶다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는 공천과 선거과정이라면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과정에 ‘시민 참여’를 화두로 다양한 방식들이 고민되고 있습니다. ‘시민 참여’라는 화두로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구색을 맞추기 위함이거나, 당이 떠안아야할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이용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요즈음 시민의식 운운하며, 몇몇의 부류는 자신들의 잘못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왕왕 있어 자못 진지하게 부탁합니다. 선거라는 축제를 즐기는 주체로 책임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마당을 잘 만들어 주는 역할을 각 정당이 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민심을 무관심으로 바라보게 하고 무관심할 것을 강요하다 이제 필요에 의해 관심과 참여를 종용하는 것은 논리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 이상 공천과 선거의 과정에 시민들이 ‘복불복’을 생각하지 않도록 감동을 주는 과정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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