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야 비로소 봄
꽃이 피어야 비로소 봄
  • 명등룡
  • 승인 2010.02.2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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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등룡(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

아침 저녁으로 아직은 조금 쌀쌀하지만 낮엔 어느새 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골짜기 어느 들녘이든 차가운 땅 밑에서는 생명의 싹들이 부지런히 새움을 틔우고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을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한 해는 집권 첫해의 촛불에 놀란 정권이 정치·경제·문화·언론·환경·노동·복지 등 모든 국정 분야에서 한 20년 쯤 시계를 뒤로 돌려놓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시금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위 30%(소득 수준) 이하의 빈민층은 물론이요, 이젠 민주주의 문제는 어느 정도 되었으니 아이들 교육이나 삶의 질에 전념하려했던 중산층마저 조여 오는 압박감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라고 아우성입니다.   

이미 상위 10%의 부자들만의 성장이 나라전체의 성장지표를 근근이 3%대로 유지할 뿐 나머지 90%의 국민들의 실질 생활수준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절은 봄이 오지만 인생의 계절은 오히려 혹독한 겨울 찬바람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계절은 봄이지만 시절은 혹독한 겨울

우리지역만 하더라도 적어도 10년간 1등 신랑감으로까지 거론되던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가족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만하면 잘살 수 있다는 말은 이제 뻔한 거짓말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인 금호그룹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덩치에 맞지 않은 대우건설이라는 큰 기업을 삼키려다 체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수백 명을 해고하고, 외주화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임금을 깎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조합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그 모든 죄악을 3교대로 캄캄한 밤을 뜬눈으로 세워가며 열심히 일 해 온 노동자들에게 떠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한 때  최고의 봄을 누린 듯 보이던 도요타 왕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근본에는 노동의 가치를 티끌처럼 여기고 노동자들을 그저 거대한 기계의 부품쯤으로 여기는 철학의 부재에 있습니다.

품질과 서비스의 대명사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자동차 시장을 휩쓸었던 도요타가 오로지 더 많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해외공장을 짓고,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기 시작하면서부터 틈이 생겼고, 결국 전체가 무너지기 직전의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금호그룹과 도요타의 공통점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들이 새겨야할 뼈저린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욕심보다 나눔과 연대가 절실한 때

최근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한 광주시의회의 결정 역시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소인배들의 욕심에 불과합니다. 소수정당의 진출과 다양한 정치세력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중대선거구제도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반민주적 독재입니다.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시민들은 결코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다’라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올해는 다시 되찾는 봄을 맞이해야 합니다. 서로의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찾고, 혼자 독차지하려는 욕심보다는 양보하고 배려하는 나눔과 연대가 절실한 때입니다.

벼랑 끝에 선 나라를 구하는 장엄한 봄맞이 행렬의 맨 앞자리에 광주애국시민들이 기꺼이 서실 거라 저는 결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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