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거시기’ 하며 살자!
조금만 더 ‘거시기’ 하며 살자!
  • 박상은
  • 승인 2009.12.18 2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은 /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이제야 답을 찾은 물음이 하나 있습니다.

진작 ‘거시기’를 했더라면 말귀를 알아듣고 금방 답을 찾았을 텐데, 그동안 ‘거시기’없이 듣고 말하다보니 엉뚱한 말들로 상처를 주고 있었습니다.

좀 더 일찍 조금만 아주 조금만 ‘거시기’를 했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와 반성을 해봅니다. 그리고 말이란 게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말이란 게 하는 것도 어렵지만 듣는 것은 더 어렵고,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움을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아니, 배워가고 있습니다. 

말을 하고 들을 때 조금만 아주조금만 더 ‘거시기’를 해야겠습니다. 약간의 ‘거시기’만 한다면 쉽게 상대방이 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따뜻한 한 마디에 행복해하는 아내

아내는 음식을 하다가 종종 간을 봐달라며 “맛이 어때?”라고 묻습니다.

아내의 “맛이 어때?”라는 물음에 뭐라고 답하시고 계십니까?

“싱거워”, “먹을 만해”, “소금을 얼마나 부은 거야?”, “신기하다. 삼겹살에서 왜 생선 비린내가 나지?” 등등.

그나마 아내의 정성과 노력이 갸륵(?)해 기를 죽이지 않을 요량으로 다소 완곡한 표현들로 음식 맛을 평가해왔습니다. 심사 위원처럼. 번번이 고역이었습니다.

차라리 라면을 끓여줬으면 하고 원망도 했습니다. ‘미인소박은 있어도 음식소박은 없다고 하는구나’라고 옛 말씀에 적극 공감을 했습니다.

아내가 맛을 봐달라며 “맛이 어때?”라는 질문이 무서워질 즈음 ‘그렇게 제 핀잔과 냉혹한 평가를 들으면서도 “맛이 어때?”라고 왜 물으며, 무엇이라 대답해야 하는지 ‘거시기’ 해봤습니다. 그래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맛있어”

1초도 걸리지 않는 아주 짧고, 미사여구 없는 말이었음에도 아내의 표정은 그 어떤 대답보다, 어떤 맛에 대한 평가보다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이 한 마디면 되는 것을 ‘거시기’ 없이 그동안 그렇게도 맛에 대해 평하고, 쓸데없는 사족들로 상처를 준 것이 후회가 됐습니다. 미안하고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동안 아내가 그토록 “맛이 어때?”라고 물었던 것은 주제 넘는(?) 맛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따뜻하고 음식이 서툰 아내에게 격려와 위안이 되는 “맛있어”라는 한 마디였던 것을 몰랐던 것은 역시나 ‘거시기’를 하지 않고 듣고 보는 대로만 했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나 말을 듣고 할 때는 ‘거시기’를 해야 한다는 반성을 다시금 해봅니다.

거시기’ 소통 모르는 불도저 권력  

이처럼 아주 작은 ‘거시기’만으로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답을 찾을 수 있음에도 우리의 일상은 ‘거시기’없이 듣고 말하는 것에 익숙하며, 미련스레 연속되고 있습니다.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기 위해 ‘거시기’를 하기에 앞서 고작 목소리를 높이는 방법만을 택하고 해결하려 합니다. 그래도 큰 목소리만으로 답을 구하는 것은 양반 축에 듭니다.

그러나 힘 있고, 권력을 쥐고, 언론을 장악하고, 절대복종하는 조직을 가진 자들은 큰 목소리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세뇌를 강요합니다. 작은 목소리의 사람들은 오직 “당신의 말씀이 곧 진리입니다” 이외의 답은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이 나오기까지 결코 끝내는 법이 없습니다.

가진 사람들,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약간의 ‘거시기’를 원하는 것은 너무 큰 바람 일런지요?

우리는 지금 ‘거시기’를 하지 않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과 말을 하고 있습니다.

파헤치고 부수는 것만을 발전이고, 미래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고 있다.”는 ‘거시기’ 없는 대답이 아닌 작은 목소리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맛있어”라는 대답에 아내가 보여준 것과 같은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거시기’ 해주길 바래봅니다.

제발 좀 ‘거시기’ 하며 말하고 행동해주시길.

이제껏 말하는 ‘거시기’가 무언지는 아시겠죠?

‘거시기’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계속 파재끼신다면 당신은 정말 ‘거시기’ 없는 ‘섭섭한  사람’입니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