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남긴 경고
미네르바가 남긴 경고
  • 채복희
  • 승인 2008.12.0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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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장안을 깜짝 놀라게 한 미네르바가 시사 월간지 신동아 12월호에 장문의 마지막 기고문을 남기고 인터넷 아고라에서 퇴장했다.

그가 언제까지 잠적할지 모르지만, 너무도 탁월한 경제 분석, 암호같은 비유어로 묘사된 경제 언어들, 그리고 자신을 고구마 파는 늙은이라고 한 신변 묘사, 거기다 소주 한잔을 즐기는 듯한 영락없는 한국인의 품성 이런 등등이 네티즌들을 미네르바 신드롬에 몰아넣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를 찾는 시선과 관심은 여전한 실정이다.
  
광주 ㅈ고 출신 소문나기도
  
미네르바를 찾는 서울의 선정적 일간지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로 집요하고 그러다 보니 ㅈ일보에서는 두 번씩이나 오보를 저지르는, 웃기지도 않은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마치 난세의 예언자처럼 나타난 미네르바는 더더구나 이 지역에서는 광주출신이며 ㅈ고 출신, ○○회 라는 상당히 구체적인 얘기까지 전파되면서 그 누군가에 대한 궁금증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신동아 잡지 편집책임자는 미네르바와 접촉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원고를 기고하기까지 전말과 주고받은 대화를 통해 미네르바의 입장과 잠적에 이른 살벌한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밝히는 한편 미네르바의 신원을 암시하는 일체의 것은 말하지 않았다.
  
미네르바의 신상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증폭된다면 오늘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천박한 호기심이 부풀대로 부풀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한국의 경제에 관한 문제는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시점에 이르고 있는 지경이다.

그만큼 미네르바가 내놓은 한국과 세계의 경제 전망은 암울하다. 그는 장문의 기고문에서 그동안 우리가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초유의 사태가 올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심지어 6개월 분 정도의 생활 자금과 생필품을 미리 준비하라고 경고하기까지 한다.
  
올 연말과 늦으면 내년 3월까지 외환 만기채의 상환시점이 돌아오면서 우리나라 금융권과 기업들은 줄도산이 예고된다는 오싹한 예언들이 그가 지적하는 가장 심각한 경제난이다.    

미네르바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이 글은 지난 1년여 동안 자신이 인터넷에 기고한 글들의 집약서이자 가장 강한 경고문 성격으로 읽힌다. 사실 그 이전 아고라에 기고한 글들 역시 현 정권의 경제운용과 대처능력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었고 시종일관 우려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단적인 예로 현재 추락하고 있는 증시에서 발 빼라는 충고가 나온 것은 올 상반기부터였다. 그는 이미 7월부터라도 펀드를 정리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고 달러가 오를 것을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이미 알려져 있듯 그 말은 그대로 실현됐다. 그러나 아고라에서 필명을 날리던 당시에도 그는 자신의 사이트를 찾는 네티즌들에게 쉬쉬 하면서 자신의 그러한 예측을 바깥으로 소문내지 말고 보는 사람들끼리만 알고 있자고 주문한다.

마치 천기가 누설되면 큰 화를 당하는 수가 있다는 것처럼 말했고 그것은 불과 몇 달 후에 현실로 나타났다. 한 개인에게 죄어드는 국가공권력의 거대한 힘은 당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인류사를 더듬어 보았을 때 앞서가는 천재들에 대한 압박은 비슷하게 존재했다.
  
IMF 때보다 더 심한 위기 온다
  
미네르바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정보가 화살보다 더 빠르게 수집되고 전파되는 오늘날이라고 해도 아직까지 한 개인의 영역에 해당되는 것이니만큼 본인이 숨어버리면 더 이상 알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의 경고가 더 이상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로되, 정말 너무도 아쉽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렇게 된 이상 더 기대할 것 없이 포기할지라도 이미 드러난 몇 가지 점이라도 미리 대비해야 될 듯싶다. 내년 한 해 동안은 항상 가용할 현금은 비축해 두고 6개월 분 식량과 생필품 확보, 생존에 필요한 계획 마련, 생활비 최소화 등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차라리 뻥이라면 좋겠는데, 경험에 의하면 발등에 떨어진 불이란 막상 불이 떨어져 발등에 화상을 입기 전까지는 불이 붙는다는 예고, 불이 붙었다는 경고 등이 아무 소용이 없다.
  
지독하게 멍청할 정도로, 불이 떨어질 것이다, 바로 옆에서 불이 붙고 있다, 내 발등으로 불이 날아오고 있다, 불이 붙었는데…? 이렇게 하다가 결국 발등을 데고 만다. 그만큼 사람은 두려운 사실에 대해서는 가능한 멀리하려는 심리가 있다. 나에게 닥칠 일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기 때문에 대비도 그만큼 늦다. 멀지도 않은 과거 IMF 때 똑같았다.
  
지금 미네르바가 말하는 것은 그보다 더하다. 그런데도 대비는커녕 유언비어로 치부하거나 선정성을 가미해 현실성 희박한 우화 정도로나 치부하려는 시각이 더 크다.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이들일수록 더 그런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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