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하고 경청하는 하루
메모하고 경청하는 하루
  • 박상은
  • 승인 2008.11.2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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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전체회의가 있었던 월요일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의에서 이야기하는 말들을 일지에 열심히 끄적이고 있었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열심히 말을 글로 옮겨 적었다. 빠르게 써내려간 일지는 어느덧 알아먹지도 못할 만큼 지렁이처럼 기어가는 글들이 벌써 두 장 째를 넘기고 있었다.
  
이렇게 끄적이다 보니 학창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칠판에 써내려가는 글들을, 그리고 말씀들을 놓치지 않으려 공책에 정성스레 고운 글씨로 받아 적던 모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받아쓰기 시험에서부터 우리의 말의 문자화는 시작됐다. 초·중·고를 지나 대학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의 말씀을 글자로 받아 적었다. 물론 사회를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많은 말씀들을 정성껏 자신만의 표현으로 예쁘던, 예쁘지 않던 글로 옮겨 적으며 살아왔으며, 살아가고 있다.
  
메모와 경청의 중요성
  
지금 자신의 수첩이나 일지를 한번쯤 펼쳐보자. 어떠한가. 그 말씀들에 형광색 펜으로 밑줄을 그어 놓은 것도 있고, 빨간색 별표가 여럿 그려진 글들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적어 놓은 말씀들의 문자를 보고 또 보고 어떤 말씀들은 머리에 가슴에 담고자 외우려 노력한다. 수첩의 첫 장에 우리는 그런 말씀들의 한 구절을 써놓기도 한다.

필자의 수첩에도 ‘사람이 모이면 지혜가 생긴다.’라는 어느 선배님의 말씀이 쓰여 있다. 이렇게 우리는 수많은 말들을 글로 옮기며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회의시간, 수업시간을 제외한 나머지의 일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열심히 말을 듣고, 들으려 하는가를 생각해보자. 아마도 말을 듣기보다는 하는 때가 더 많을 것이며,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냥 그 자리에서 잊어버리기 일쑤다. 대화 중 얼마나 서로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고 있으며, 이해하는가에 대한 재미난 논문의 내용을 보면 금슬이 좋은 부부의 경우가 둘의 대화 중 약 30% 정도를 듣고 이해한다고 한다.
  
논문에서 이러한 결과는 대화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뇌구조 등의 특성상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서로의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방법으로 ‘메모’와 ‘경청’의 습관을 권하고 있다.
  
부모님 얘기에 귀 기울이기
  
그러나 우리는 가장 경청하지 않고, 한 번도 어느 찢어진 종이쪽에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씀이 있다. 가장 따뜻하고,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 가족과 부모님의 말이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이렇게 홀대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다른 이들의 말처럼 그렇게 멋지지 않아서도 쓸모없는 얘기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린 분명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만큼 대우해주지 못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한번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적듯이, 회의시간에 사장님의 말씀을 받아 적듯이 부모님의 말씀도 한번쯤 받아 적어보자. 아마도 인생에 있어 큰 가르침과 따듯함을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 따뜻한 가르침을 지갑 속 가족사진과 함께 항상 가슴과 몸에 담고 살아보실 것을 권한다. 아마도 보다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부모님의 ‘내 새끼’, ‘이 웬수같은~’과 같은 일상의 소중하고 따뜻한 한마디에도 다른 이들의 말에 그러했듯 별표와 형광색 펜의 밑줄을 그려주자. 하루만이라도 한번만이라도 부모님의 말씀을 글로 옮겨 보자.
  
소중한 사람들의 따뜻하고 애정 넘치는 말들에 귀 기울이는 하루를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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