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사람 오바마와 미국 대통령 오바마
참 좋은 사람 오바마와 미국 대통령 오바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11.2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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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통일사회연구회 회장)

“아직 미국은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어”라고 친구가 말하자 오바마는 “지금 준비가 안 됐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그럴 거야. 내가 그런 불가능에 도전하겠어” 라고 답했다. 3억 인구 중 75%가 백인이며 흑인은 13%인 미국에서 마침내 흑인이 백악관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말하는 짐승’이라며 백인들에게 잔혹하게 짓밟히던 흑인노예의 후손이 인간적이고 감동적인 연설로 미국인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필자는 3년 전 미국의 30개 주로 순회강연을 다니다가 암살당한 흑인 지도자 말콤엑스를 추도하는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연극을 보면서 백인에 대한 흑인들의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놀랐던 일은 아이들 눈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의 눈빛이었다. 오바마는 당선 후 “나는 오늘 밤 우리 자신에게 묻는다.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변화를 목격하게 될까. 어떤 진보를 우리가 이룩해낼까. 지금은 우리가 이 물음에 대답할 때다”라고 했다.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사회를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85%에 달할 정도로 변화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 변화 에너지 될 것

그리고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혈전을 치르며 엎치락뒤치락하다 동아일보의 평가처럼 ‘북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린 테러지원국 해제와 같이 ‘아무리 힘을 앞세워 북한을 굴복시키려 해도 되지 않으며 협상만이 유일한 길이다’는 교훈을 8년 동안 부시 정부에서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오바마가 당선되었다 

영리하고 눈치 빠른 오바마는 “집권 1년 안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하였으며 오마바 캠프에서 북핵팀장을 지낸 조엘 위트는 “북미관계 정상화로 핵문제의 정치적인 뿌리를 뽑겠다”고 하였다.

핵문제의 정치적인 뿌리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이며 미국이 정책을 바꾸고 수교에 나서면 풀리는 문제다. 그런데 부시정부는 군사적인 방법으로 북한이라는 국가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화로 핵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다. 

지난 8일 함평 국화축제에 다녀왔는데 오바마 마네킹 앞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밝은 얼굴로 줄을 서 있었다. 그 표정에는 오바마에 대한 진한 호감과 기대가 담겨 있었다. 필자도 한참을 기다려 오바마와 사진을 찍으며 북미관계가 잘 풀어지길 기원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편히 내려놓을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이 번뜩 스쳐갔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참 좋은 사람, 오바마가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가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개인적인 성향이 진보적이다 하더라도 미국의 대통령은 자기나라의 이익이 중심이다. 

운명 개척하는 민족만이 평화 얻어

오바마 대통령이 평양에 가겠다고 하는 이유도 그것이 미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며, 그 길 외에 핵문제를 풀 수 있는 다른 뾰쪽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서 발을 빼려는 것도 이라크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라크 침략을 반대했던 오바마는 이라크에서 철수한 미군을 아프카니스탄으로 보내려고 한다. 영국도, 소련도 정복하지 못했던 아프칸을 미국은 아직도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미국에게 만만하게 보인 나라에게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았다. 아무리 인상 좋고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 같은 사람이 당선되었어도 평화는 오바마가 주는 선물이 아니다. 오직 자기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민족에게만 평화는 찾아온다.

우리에게도 분단의 강물을 거슬러 자주통일로 가다 지쳐서 힘이 빠지면 오바마의 대화정책은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전히 미국은 ‘참 좋은 사람 오바마의 나라이기 전에 전쟁을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며 힘쓰기 좋아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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