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최대 피해자인 서민들이 나서야
금융위기 최대 피해자인 서민들이 나서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11.0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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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등룡(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
최근 들어 연락이 뜸했던 분들로부터 전화가 자주 온다. 한결같은 관심은 투자해놓은 주식과 펀드를 어떻게 처분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평소에 주식이나 펀드와는 무관하게 사는 나에게 뜬금없이 중요한 자산관리 문제를 물어보는 이유는 그만큼 상황이 어지럽고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에 깊은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냥 모른다고 하기에는 미안해서 신중하게 아는 지식을 동원하여  몇 마디 조언을 하였다. 얼마나 위로가 될지,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투기놀음 조장하는 정부

그저 열심히 일만하며 살아 왔다. 그러다 사정이 급해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는데 예전 같으면 정기적금을 들것을 권유하던 직원이 잘 알지도 못하는 펀드상품을 내놓고 수익성이 좋다고 열심히 설명하는 바람에 덜컥 들고 말았다.

각종 금융회사에 다니는 친구, 삼촌, 이모, 형수가 할당량 채우느라 어렵게 부탁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기도 하고 저축이자도 별로 안 될 때라 사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는데 느닷없이 세계적인 금융위기이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벌써 절반이상이나 떨어져 나갔고 지금은 계속 묻어 두어야 할지 아니면 처분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여윳돈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손해 본 셈 치지만 전세금에다 대출까지 받아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집안의 기둥뿌리가 흔들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성실한 노동으로 기름진 가치를 생산하기 보다는 아직 생겨나지도 않은 미래의 가치를 거품처럼 만들어서 어차피 남의 것 빼앗는 것에 불과한 투기놀음의 끝이 본래 그렇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정부는 결코 금융을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만들지 않는다. 부시의 몰락과 오바마의 당선은 그것을 너무나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자본(돈)은 피와 같아서 한곳에 치우치거나 머무르면 반드시 병이 생기고 심지어는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가난한 사람도 중소기업도 싼 이자에 은행돈 빌려 쓰고 가계를 차리거나 사업도 하면서 모든 국민이 희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이 희망과 자존심 되찾자

그러나 불과 한 달 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도 펀드에 투자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리고 온 나라를 투전판으로 몰고 가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잘못된 금융정책의 최대 피해자인 서민들을 구하기보다는 지난 10년 동안 최대의 수익을 올린 외국자본과 각종 투기업자들을 살리는 데만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벌써 금융위기는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과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해고 사태에서 보듯이 10년 전의 대량실업의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의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그래서 이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 그래서 성실한 노동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내 재산과 직장을 지키고, 내 가족의 희망과 나라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나와 내 자식이 더 이상 타짜들의 놀음에 빠져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것을 예방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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