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지원국 해제는 평화통일 가는 징검다리
테러지원국 해제는 평화통일 가는 징검다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10.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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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 (통일사회연구회 회장)

북한과 미국은 지구에서 가장 적대적인 관계다. 그 상징이 정치적으로는 20년 동안 이어진 테러지원국이며, 군사적으로는 55년 째 전쟁가능성을 안고 있는 정전협정이다.

이제 테러지원국 문제가 해결되어 적대관계를 정리하는 걸림돌이 하나 사라졌다. 양측은 마지막 순간까지 혈전을 치르며 엎치락뒤치락하다 동아일보의 평가처럼 테러지원국 타이틀전은 ‘북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과 유엔대사를 지낸 강경파 존 볼턴은 “95% 북한의 완벽한 승리”라며 부시 행정부를 비판했고, 일본 언론들은 “일본외교의 패배이자 수치”라며 아소 총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북미 관계 빠르게 진척될 듯

원래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이 핵시설 목록을 제출하면 미국은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8월 11일에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대통령궁까지 샅샅이 뒤진 것처럼 ‘언제 어디든 마음대로 북의 핵시설을 사찰하겠다’면서 두 달을 끌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 언론까지 나서 패전국에나 들이미는 무리한 요구라고 비판했겠는가? 

북은 “우리는 이라크처럼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며 미국의 압력에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미사일 실험발사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 힐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하여 10월 11일까지 테러지원국 해제를 하지 않으면 핵실험 등 더욱 더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힐의 보고를 받은 미국은 협상파와 강경파로 갈려 심각한 의견대립을 겪다가 마침내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부시정부는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에 바쁜 상황이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경제위기에 빠져 있으며,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병사 4,500명이 사망하고 하루에 1조 7천억을 쏟아 붓고도 뜻대로 풀리지 않아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래서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문서에 서명을 하였으며, 이는 북한과 미국이 약속을 처음 행동으로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제 남은 걸림돌은 정전협정이다.

앞으로 핵시설 검증과 동시에 평화협정, 대사급 수교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르며 관계정상화 과정이 매우 빠른 속도로 추진 될 것이다. 

먼저 美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여 고위급 정치회담을 하고 북은 1968년 원산 앞바다에서 나포된 미국의 푸에블로호 반환이라는 큰 선물을 줄 것이다.

그리고 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리고 마침내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세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주인공은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 의지를 밝힌 오바마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제안해야

우리 정부는 일본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일본은 6자회담의 의제도 아닌 납치문제를 들이대며 북미관계정상화의 발목을 잡다 테러지원국 해제에 큰 충격을 받고 속을 태우고 있다.

이제 일본도 어쩔 수 없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북일 수교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으며 6자회담에서 고립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수 세력들이 미국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억지부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혈맹이라는 일본과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른체 해버렸다. 그것이 자기들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국익 앞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외교무대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 생생한 사례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 답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10·4선언 이행의지를 밝히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반도는 우리의 힘으로 분단시대를 끝내고 평화통일시대를 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어느 순간보다 대승적 입장에서 대통령의 지혜로운 결단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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