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은 나무로 ‘多多益善’
푸른길은 나무로 ‘多多益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10.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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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사)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의 다다익선(多多益善).
  
천하를 통일하고 한(漢)나라를 건국한 고조 유방(劉邦)과 일등공신 초왕(楚王) 한신(韓信)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유방은 한신에게 위협을 느끼고 계략을 꾸며 회음후로 좌천시키고 도읍인 장안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어느 날, 고조는 한신에게 장수의 능력에 대해 물었다.
  
“내가 군사를 얼마나 통솔할만한 장수인가?”가 하고 묻자, “한 10만쯤 거느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한신이 답했다. 이에 고조는 한신에게 “그럼 한신 그대는 얼마나 거느릴 수 있는가”하고 물었다. 한신은 “신(臣)은 ‘다다익선’ 이옵니다.”라고 답했다. 고조는 한바탕 크게 웃고 다시 물었다. “다다익선이라는 그대가 어찌 포로가 되었는가?”하고 묻자. 한신은 “폐하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라 장수의 장수인 이유옵니다.”라고 답한 고사에서 비롯된다.
  
다양한 볼거리 담기엔 비좁은 푸른길
  
다다익선이라는 고사를 보고 푸른길에서의 다다익선을 생각해본다. 푸른길은 광주역~남광주역~효천역의 도심구간을 지나던 10.8km의 기찻길이 폐선되고 시민의 땅으로 돌아온 그 땅을 시민들의 제안과 결정, 그리고 조성참여로 도심 내 일상생활 속 녹지공간 및 보행로, 자전거로로 만들어가고 있는 기다란 모양의 공원이며, 길이다.
  
도심의 일상생활 속 녹지공간은 이용하는 사람들 또한 일상의 사람들이며, 일상의 사람들은 관심과 참여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용에 있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내놓는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며, 응당 그러해야 푸른길의 본래 조성취지와 맞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욕구를 풀어내는 과정에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물론 푸른길에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 등이 있으면 좋을 듯도 하다. 그러나 푸른길은 길이에 비해 폭이 좁은 선형의 공원이다. 길이는 7.9km로 긴 반면, 평균 폭이 10m가 채 되지 못한다. 심지어 5m가 되지 못하는 곳이 있다. 형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요구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위적인 시설물의 설치를 해서도 안 되겠지만 할 만한 공간이 또한 없는 곳이 바로 푸른길이다.
  
전시난장보다 시민들 휴식공간 돼야 
  
시민들의 이용도가 높고 시민들의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명분으로 푸른길의 일부구간에서 ‘발명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각종 시설물과 건물 등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어 다다익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특히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구간이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나무를 식재하고 나무마다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표가 부착된 푸른길 시민참여구간인 ‘참여의 숲’이라는데 있다.
  
계획을 발표한 구청에서는 그저 기획일 뿐이며, 시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라고 말하고는 있으나, 기획이라고 하더라도 푸른길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시설물 등의 설치를 위해서는 우선 푸른길의 형태적 특성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다양한 볼거리가 많고 우선이 아닌 다양한 꽃과 나무, 곤충과 새, 그리고 사람 등이 함께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살아가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푸른길은 광주도심의 부족한 녹지를 한 뼘이라도 더 확보하고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선을 위해 제안되고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한다.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푸른길에서의 다다익선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전시난장이 아닌 숨 막히는 도심의 일상에서 쉽고, 편하게,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녹색의 공간이 아닌가 한다. 푸른길에서의 다다익선이 한 뼘의 녹지, 한그루의 나무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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