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눅이 먹었던 먹거리가 부럽다
나눅이 먹었던 먹거리가 부럽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10.10 2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경훈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제작지원 팀장)

북극의 나눅(NANOOK OF THE NORTH)은 최초의 다큐멘터리영화로 규정되어지는 영화이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대학 4학년 때 학교선배 작업실에서 브라운관으로 보여 지는 북극에 사는 한 가족의 경이로운 이야기에 숨을 죽이고 보았던 기억이 있다.
   
북극의 나눅은 1922년에 세상에 공개되었는데 미국과 유럽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영화 비평계에서도 엄청난 노력과 희생으로 탄생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성공은 단순히 이국적인 정취를 보여주고, ‘탐험’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북극의 나눅의 존재를 같은 존재론적 가치를 두고 제작자인 로버트 플레허티는 대상에 다가갔다. 끊임없이 찍었던 필름을 NANOOK에게 보여주고 검증작업을 거쳤으며 그들을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서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
   
신선한 먹거리에 대한 동경
   
주연인 NANOOK은 이글루에 살며 음식을 위해 사냥과 낚시를 하고 추위를 막기 위해 두 아내 사이에 끼어 잠을 자는 진짜 에스키모인이다. 여기서 나는 NANOOK의 사냥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물개, 물고기를 잡아 바로 회를 만들어 먹는 모습이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바로 그들의 먹거리인 것이다. 그때 당시에 날것으로 물개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걸 生고기로 먹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한 먹거리에 대한 테러를 보면서 1920년대에 NANOOK이 먹었던 조금도 가공하지 않고 너무나도 신선하고 깔끔한 먹거리에 대한 동경을 해본다. 아니 추종을 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멜라민파동으로 겪고 있는 음식에 대한 불신은 과학의 발전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유전자 변형 곡물들, 각종 화학조미료 등은 언제든지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멜라민(melamine)은 염기성 유기 화합물이며 분자식은 C3H6N6이고. 공업용 화학물질로 암모니아(NH3)와 이산화탄소(CO2)로 합성된 요소[CO(NH2)2]를 가열하여 생산되는 물질이다.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어
   
FTA시대의 한 복판을 살아가는 우리는 장벽 없는 무역거래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지를 이번 멜라민파동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자본이 건강을 위협할 때 우리는 결코 자본을 택하지 않는다.

아마 내가 생각할 때는 돈이 통하지 않는 영역 중에 하나가 바로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와 이번 멜라민사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우리에게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은 한번 잃게 되면 다시 회복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길을 간다는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항상 심각한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값싼 농수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할 날도 머지 않는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눅이 먹었던 먹거리가 부럽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