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에 300년을 산 사람들
30년에 300년을 산 사람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7.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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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룡 (자치분권 전국연대 공동대표)

‘30년에 300년을 산 사람들’이란 표현이 있다. 초고속 성장을 통해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우리 국민들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 선진국들의 경제적 풍요는 18세기 중엽 영국의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하더라도 150~200여 년이 걸린 것이고, 토인비의 해석에 따라 산업혁명을 그 이전부터 시작한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기술혁신의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을 따른다면 300년은 족히 될 것이다. 결국 우리 국민들은 다른 민족의 300년을 30년 만에 다 살아버린 것이다.

30여년 만에 선진국 문턱 들어서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개발독재에 의해 고도성장을 경험한바 있다. 불과 30여년 만에 선진국 문턱을 들어섰고 2007년 말 기준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신기원을 달성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우리나라 국민성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빨리빨리'가 되어 버릴 정도였으니... 문제는 이와 같은 초고속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그 사회구성원의 의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은 이와 같은 현상을 ‘문화지체(cultural lag)현상’이라 불렀다. 즉 한 사회의 물질적 변화 발전의 속도와 이에 조응하는 비물질적 변화 발전 속도가 불일치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산업혁명이후 물질적 영역의 변화 속도는 한층 가속도가 더해져 정치·사회·종교·윤리 등 비물질적 영역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심각한 사회적 부조화 현상을 야기해 왔다.

우리는 선진국의 300년을 30년으로 압축해서 살아온 까닭에 문화지체현상의 여러 가지 후유증과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물질적 하부구조와 갈등을 빚게 되는 영역 중 특히 정치 분야의 문화지체현상은 매우 심각하여 종종 격렬한 사회변동을 낳았다.  군부독재의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5·18과 6월항쟁을 겪어야 했고 타는 목마름으로 갈구하던 민주주의는 노태우라는 합법적 군부정권을 거친 연후에야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이 같은 정치문화 지체현상은 때론 격렬하게 때론 침울하게 그 갭을 메우기도 하고 다시 벌리기도 했다. 평화적 정권교체와 제도적 민주주의 정착의 10년은 갭을 메워가는 시기라 볼 수 있으며 이명박정권의 등장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역사적 저항이고 문화적 지체현상을 강화하는 역류라 아니할 수 없다.

정치문화의 지체현상 겪어

촛불로 표현되는 지금의 비폭력 국민저항운동은 이 역류에 대한 매우 중요한 경고와 암시를 담고 있는데 그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문화적 수구성으로 인해 제도정치권에 대한 냉소와 멸시를 낳았고 지난 대선에서의 낮은 투표율과 민주정권의 패퇴는 이 같은 문화적 갭이 매우 심각한 무차별적 양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 하고 촛불을 든 국민들 마음속에 쌩뚱 맞고 얄밉기만 하다. 어쩌면 장마철 불어난 강가에 한가하게 가족소풍 나온 정신 나간 ‘덤 앤 더머 가족’같다.

지난 대선에서 왜 그들이 버림 받았는지 아직도 깨우치지 못한 것 같다. 쇠고기 소비자가 공급자에게 소비자주권을 행사 하듯 정치 소비자가 자신의 주권을 더 이상 위임하지 않고 직접 행사할 수 있음을 그들은 아직 알지 못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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