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소통을 막고 있는가
무엇이 소통을 막고 있는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7.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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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창(영남대 독문과 교수)

“이상적인 의사소통상황이 되려면 말하는 이는 참되고, 옳고, 진실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경제체계와 정치체계 속에서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 거짓말이나 그릇된 말이나 진실하지 못한 말이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하지만 자기반성을 통해 왜곡된 모습을 자각하고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왜곡된 의사소통상황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이것은 독일의 사상가 위르겐 하버마스(1929~)의 유명한 의사소통행위론을 알기 쉽게 정리한 어느 논술카페에서 따온 글이다. 쇠고기 파동의 와중에서 촛불문화제와 거리 행진에  참가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강조해 마지않는 소통의 문제와 하버마스의 소통 이론이 생각나서 검색해본 결과이다.
 
대통령이 ‘뼈저린 반성’을 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음에도 왜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은 여전히 차단돼 있는지 논술을 공부하는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금방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려면 ‘말하는 사람이 참되고, 옳고, 진실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하는데,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된 자들이 ‘자기반성을 통해 왜곡된 모습을 자각’하기는커녕 ‘거짓말이나 그릇된 말이나 진실하지 못한 말이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제 대통령과 장관, 검찰과 경찰 간부들, 여당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는다. 뉴라이트나 대형교회 목사들, 동원된 관변단체 간부들의 주장과 이를 부풀리고 폭력을 선동하는 조중동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 거짓말이나 진실하지 않은 말이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애국과 국익, 경제 살리기가 거짓 명분임을 알기 때문이다.

  소통이란 말하는 사람은 계속 말하고 듣는 사람은 계속 듣고 따르기만 하는 일방적인 홍보나 선전, 주입식 교육이 아니다. 전국의 시읍면장들을 모아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잘되었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입하는 것을 소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을 할 수 있겠는가.

  다음의 아고라 같은 인터넷 매체를 ‘평정’하고 KBS와 MBC, YTN 등 방송을 장악하여 일방적인 정부 홍보를 하면 소통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같은 인물이 정권의 핵심에 버티고 있는 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권력의 배후나 앞잡이가 아니라 권력의 핵심이 되어 정부와 국민들이 할 일을 일일이 지시하고 조종하는 조중동 같은 언론 매체가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촛불정국을 통해 나는 20세기의 일방통행식 홍보의 시대는 가고  21세기의 쌍방향식 소통의 시대가 왔음을 확인하였다.

촛불시위로 경제가 나빠졌다는 거대 신문의 선동은 일반 시민들의 현장 취재로 거짓말임이 드러나고, 어떻게든 촛불집회를 폭력시위로 내몰아 공안정국을 조성하여 위기를 돌파하려는 조중동의 잔꾀는 천주교 사제단을 비롯한 성직자들의 참여에 의해 조롱거리가 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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