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눈치 말고 촛불눈치 봐야
미국눈치 말고 촛불눈치 봐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7.0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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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 (통일사회연구회 회장)

촛불의 바다에 고립된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눈치를 보며 이제는 국민의 뜻을 알고 정신을 차리는가 싶더니 기어이 고시를 강행하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밟고 말았다.

이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이유는 겉으로는 미국과 통상마찰이라고 둘러대지만 한국정부가 쇠고기 문제를 괜히 오래 끌면서 우물쭈물하다 화살이 워싱턴으로 날아오는 것을 두려워한 미국정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너무나 쉽게 광우병 위험 미국쇠고기의 수입을 터버린 배경에는 분단국가의 불행한 역사가 숨겨져 있다.

쇠고기 수입, 분단국가의 불행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로서 하청업체를 손아귀에 넣고 자신의 의지대로 모든 것을 성취한 절대권력이었으며, 청계천을 발판삼아 마침내 최고 권력을 움켜쥐게 되었다.

이런 대통령의 심리에는 “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오만과 환상이 가득차게 되었다. 이런 자기우월심리는 특히 승부욕이 강한 그에게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품게 하였다.

그런데 취임 후 남북관계는 얼어붙었고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미관계는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북미관계가 급변 조짐을 보이자 초초감을 느낀 그는 부시 대통령에게 애걸하다시피하여 북미관계의 속도를 정상회담 이후로 늦춰주길 요구하였으며 과거에 부시 대통령이 그러다 스스로 맥이 풀리고 말았듯이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북과 대화할 수 없다”던 입장을 180도 바꿔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뚱딴지같은 제안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한미FTA를 빨리 체결하고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국민을 보호하는 대통령의 기본의무와 개념도 잃어버린 채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미친소 수입을 양보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너무나 비참하게 드러나고 있다. 

먼저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고 100일도 안돼 차갑게 돌아선 민심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파격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대운하 포기와 내각 사퇴 등 정책수행능력을 잃게 하고 식물대통령을 만들어버렸다.

촛불을 통하여 세상은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체험하고 있으며, 민본주의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을 믿어라 미국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설득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그의 말을 곧이 믿을 사람은 청와대 주변에 있는 몇 명뿐이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도 촛불눈치를 보며 서울방문을 취소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자신의 기반을 돈독히 하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에 힘이 떨어지고 있다.

민족이익 못 내다본 MB반성해야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북에서는 철천지 원수국가인 미국 대통령을 환대할 분위기와 절차를 밟아가고 있는데 반하여 남에서는 혈맹국가인 미국 대통령이 홀대하고 심지어 정상회담까지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존의 역사적 인식과 틀로는 절대로 풀 수 없으며, 대격동기라는 시기성격을 알아야만 답이 나오는 고차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대격동기의 상징인 영변 냉각탑이 폭파되면서 북미관계는 고속도로를 달리듯 빠른 속도로 북미수교로 가고 있지만 민족의 이익보다 자신의 야망을 앞세운 대통령 때문에 남북관계는 벼랑길이 되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김정일 위원장의 아이디어와 결단으로 이루어졌을 거라고 추측되는 이번 빅이벤트는 강력한 북미관계 개선 의지표현이며, 정세변화를 거부하던 미국의 네오콘 세력들에게 국제적 명분을 쥐어주며 대북적대정책 의지를 허물어버린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아집에서 벗어나 북미관계 변화에 발맞추어 남북관계 발전에 나서야한다. 미국눈치가 아니라 촛불눈치를 보면 살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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