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율과 광주천 다리들
황금비율과 광주천 다리들
  • 채복희
  • 승인 2008.06.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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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시민의소리 이사)

화가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자신의 예술작품에 구현했다는 황금비율은 모든 피사체나 조형물 등을 놓고 보았을 때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비례를 이루어 그 대상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경우에 쓰는 용어다.

그는 그 비율을 적용해 인체를 묘사했는데 유명한 팔과 다리 벌리고 선 벗은 남자 비투르비우스 그림이 그것이다.

자연스럽고 안정된 것이 아름다워

황금비율은 옛 희랍의 건축가들도 자신의 건물에 적용했는데, 기둥이 그렇게 많은 파르테논 신전이 매우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비록 황금비율이라는 말은 남기지 않았지만 국보 제13호인 무위사 극락전의 측면 분할 역시 황금비율로 돼있기 때문에 단아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미감을 준다고 한다.

네모난 캔버스에 수없이 많은 네모 분할을 시도했던 서양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이 이미 자신보다 수백년 먼저 네모를 분할해 한폭의 그림으로 남긴 극락전 측면을 봤다면 조선초기의 이름 모를 한 건축가에게 무릎을 꿇고 경배를 바쳤을 것이다.

이 황금비율은 오늘날도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존중받고 응용되고 있다. 캔버스와 조각 등 예술작품을 넘어 건축물, 각종 생활 집기, 심지어 담배케이스와 같은 일상 소품들도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이 비율을 찾아 적용시킨다고 한다.

최근에는 거대한 도시 공간들을 재창조해가는 공간디자이너들도 이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예컨대 규모가 큰 하나의 건축물은 평면의 대지를 먼저 확보한 뒤 용도와 건축미를 조화시킨 창조적 구조물을 만들어 빈 공간 하나를 차지하고 들어선다.

그 공간의 적절한 분할 역시 황금비율에 따르는 것이 기본일 것이며, 채우고 비우기, 주변과의 조화 등도 잘 고려될 것이다. 또 공간디자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의 눈에 보이는 대상은 그것과의 거리에 따라 어느 정도 착시현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백만, 수천만이 모여살고 있는 메트로시티나 메트로폴리스는 그 전체를 놓고 공간재배치가 과연 가능할까. 일본 삿포로나 미국 라스베이거스처럼 빈 땅 위에 창조한 도시라면 모를까 수세기 이상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된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들을 보면 공간재배치란 참으로 꿈꾸기 어려운 일이 돼 있다.

물론 택지개발로 확보된 빈 부지도 나중에 공간을 나눠놓는 것을 보면 아예 개념도 없이 도시가 만들어진다는 의문이 들 정도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도시들은 대부분 도시전체 총괄적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전문가그룹을 만들어 자문을 구하는 것이 정석이라 한다.

광주천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그렇다면 최근 광주문화중심도시 중심축에 자리한 광주천의, 남광교 학강교 금교 등 다리마다 세워지고 있는 조형물은 어떤 생각과 진행과정을 거쳤을까.

폭이 그다지 크지 않은 광주천 넓이와 교각의 규모, 주변과의 조화, 도시 동쪽에서 서쪽까지 흘러가는 전체 강 길이를 생각하며 시야를 넓혀서 본 조형물 배치 감각, 천의 양쪽에 조성된 도시의 성격 등등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그에 맞는 계획이 수립되고 진행돼 왔을까 하는 의문이다.

‘새싹’이니 ‘고싸움’이니 하는 각각의 컨셉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조형물 하나하나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작품으로서 예술성은 충만 돼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고싸움을 형상화했다는 구조물이 세워진 양림교를 보면 우선 강의 폭과 교량의 규모만을 놓고 보았을 때 무거운 것을 이고 힘들어하는 대상을 보는듯한 시각적 부담감을 준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황금비율이 그렇듯 가장 자연스럽고 안정된 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것임은 이미 증명됐다.

그토록 애를 써서 치장을 하고 있건만 광주천 다리들은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무거우며 들떠있고 공간을 지나치게 차지한다는 부담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수십억원을 들여 그 같은 사업을 벌이면서 진행과정 상에서 논의라도 이뤄졌는지 궁금하고, 광주도심에 그나마 유일한 생태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광주천에 수질보호와 수량 확보 등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예산이 있다면 거기부터 먼저 투입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인데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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