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진보정당 아고라당(?)
새로운 진보정당 아고라당(?)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6.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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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룡(자치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

필자는 우연히 광화문 근처에 약속이 잡혀 나갔다가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됐다. 나름 조직문화의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는 필자가 보기에도 촛불집회의 시위, 행진은 무질서와 자유로움 중 어느 쪽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아나키스트적 소용돌이 속에서 현 정부가 배후를 찾는다는 것은 블랙코미디일 따름이다.

촛불들의 재치와 해학은 그 상상의 끝을 모른다.
차가운 물대포를 쏘면 추위에 떨면서 ‘온수! 온수!’를 외친다거나  ‘물대포를 2MB의 비데로!’ 를 합창하기도 하고 대치중인 경찰서장에게 노래 한번 해보라 요구하기도 한다(이때 경찰서장의 답변이 ‘여러분들이 시청 앞으로 자리를 옮기면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해서 폭소가 터졌다 한다).

또 어떤 네티즌은 청와대 앞으로 쥐잡는 끈끈이 덫을 택배로 보내 주변인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기도 한다.

늘어난 깃발, 달갑잖은 네티즌

최근 촛불집회에 대학생들과 노동조합, 각종단체들의 깃발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불어난 시위대의 숫자만큼이나 반갑고 고마워 박수치며 환영하지만 이런 집회사진을 보면서 많은 네티즌들은 우려를 나타낸다.

왠지 찜찜하다는 것이다. 화염병과 돌멩이, 비장함과 희생정신이 촛불과 자유로운 노래마당, 패러디와 퍼포먼스의 즐거움과 개인의 다양성 표현으로 바뀐 2008년에 오래된 깃발 문화는 사양하고 싶은 것이다. 물대포로도 끄지 못한 촛불을 깃발이 끌까 염려한다.  

항상 뒷북치며 등장하는 정치인에 대해선 1/n의 자리만 허락한다. 처음부터 앞장 선 강기갑의원 정도를 뺀 나머지 정치인들에겐 시민의 일원으로서 취급해 드린다.

이것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주저앉고 한나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해도 통합민주당은 지지도가 오를 줄을 모르는 반증이 아닐까.

과거 참여정부 실패론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던 한나라당에 비하면 대략 이해난감이다. 그들은 집권여당에 대해서 ‘너흰 아니야!’를 외치고 야당에 대해선 ‘너희도 아니야!’를 외치는 것만 같다.

이제는 촛불의 진원지인 포털 다음토론방 아고라의 네티즌들이 ‘아고라당’을 만들자는 반농반진의 제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도정치권에 그들의 진정한 대변자가 없다는 자각이고 선언인 것이다.

기성정치권을 촛불 대행진의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유연함과는 별개로 한국사회의 근본적 모순과 질곡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아고라당 등장, 정치권 반성해야

어쩌면 아고라당은 네티즌들의 또 하나의 새로운 ‘놀이터 만들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제도정치권과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과 요구를 경직된 깃발을 든 집단들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경청할 일이다.

섣부르게 각종단체의 깃발을 들고 ‘정권타도’를 외치는 정략적 민주화 세대의 구태(?)를 경계하고 새로운 시민주권운동의 흐름에 동참하고 학습하며 배울 일이다.

아! 이 얼마나 불행한가. 구매할 정치상품이 없어서 수년간 불매운동만 한다는 것이…. 
오늘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좋은 정치를 생산하는 좋은 정당이 출현했으면 좋겠다.

온전히 시민주권을 실현하는 그래서 국민들이 더 이상 거리에 나서서 소모적 불매운동이나 리콜운동(2MB소환)을 하지 않아도 될 그런 일류국가를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무엇에 반대만 하면서 인생을 소비할 순 없지 않은가. 이런 마음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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