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과 광주U대회 유치
눈먼 돈과 광주U대회 유치
  • 채복희
  • 승인 2008.06.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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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시민의소리 이사)

‘눈먼 돈’이란 말이 있다. 딱히 정해진 주인이 없는데다 용처도 불분명한 돈을 두고 그렇게 부르는데, 흥청망청 쓰면서 잘하면 내 주머니로 쓱싹 집어넣을 수 있다는 심상찮은 속뜻도 갖고 있다.

그런 눈먼 돈과는 약간 다른 성격이지만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괴이한 돈 얘기가 요즘 인터넷에 올라 있다.

미국 축산업계 등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거액을 받았다는 요지의 뒷공론이 그것이다. ‘대대손손 배터지게 먹고 살만한 뭉칫돈을 받아 챙겨 국가 최고 권력을 사적 이익챙기기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참으로 믿기 어렵고 믿지도 않아야 할 소문이 돌고 있는 모양이다.

축산업자에게 뒷돈 받았다?

미국 대통령 부시가 거대한 무기제조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말은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해 국내로 들어와 널리 알려졌다.

광활한 밀밭을 가진 미국 부자 농부들은 자국 정치지도자들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하면서 한국 등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문제의 광우병 관련 축산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미국형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힘은 막강하다. 이때의 돈은 결코 ‘눈먼 돈’이 아니라 이익이 있는 곳이라면 벌겋게 핏발 세우고 달려드는 무서운 돈이다. 둘 다 목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성질은 비슷하다.

현 시국에서 오죽 하면 그런 설이 나오고 있겠느냐 치면서도 혹시라도 정말 저런 거래가 있었다면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을 각오해야 할 노릇이다. 국가 공동체가 유지되는 명분이자 이유가 결단코 무너져 내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중앙정부의 행태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는 국면에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광주지방정부의 행신도 도마에 함께 올라 있다.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광주광역시가 집행한 예산이 그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생긴 말썽이다. 시는 대회 유치를 위해 국비 18억원, 시비 29억원, 기업체 등 후원금 59억원 등 모두 106억원을예산으로 수립했다고 한다.

광주시는 대회 유치를 위해 활동한 지난 4개월여에 걸쳐 이 예산을 집행했으며, 이 가운데 20여명의 기자단을 포함해 구청장 시의원 시민단체 간부 등 모두 150여명에 달하는 이른바 ‘응원단’의 벨기에행 경비와 박광태시장의 해외출장비가 핵심 사안이다.

관광까지 겸했다는 응원단은 한명당 4백만원의 여행비가 지원됐다 하고, 시장이 지난 3월 이후 쓴 해외출장비는 집행내역이 장막에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유치비용은 대략 실사준비와 유치위 운영, 집행위원 상대 국외활동, 분위기 조성, 총회보고서 제작, 응원단 파견 등에 쓰였다 한다.

‘대통령에 비하면 양반’ 하지말라

이 사안을 가장 먼저 보도한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국외활동에 25억원, 현지 실사준비 11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광주시가 밝힐 수 없는 돈도 많이 들어갔다고 어물쩡 변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벨기에행을 함께 한 기자들이 대다수 침묵으로 시장을 비호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식으로 일관한다면 시민들은 자연 시장이 자기 호주머니로 돈을 챙겨넣었다는 추측을 하게 되고 그것은 곧이어 기정사실처럼 될 것이다.

그동안 광주시장은 돈과 관련돼 뒷말이 무성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급호텔 건을 비롯해 하다못해 매관매직을 한다는 말까지 시중에는 무수한 뒷얘기들이 떠다닌다.

그동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언론의 비호 아래 국민, 또는 시민들을 깔보았는지 몰라도 오늘 현재 한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제는 그 같은 태도를 벗어던져야 할 시점이 확실한 것 같다.

서울 시청 앞을 메운 국민들의 항의 물결은 도저하다. 광주시민들도 다르지 않다. 국민과 시민은 모두 투명하고 확실한 해명, 정책을 바라고 있다. 광주시장은 예산 공개와 관련,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리라고 짐작해 보면서, 다만 한가지만은 절대 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미국업자에게 뒷돈 받은 대통령에 비하면 훨씬 양반적으로 챙겼다’면서 자위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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