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학생 인권 침해인가?
또 학생 인권 침해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1.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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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장휘국(광주광역시 교육위원)

지금 광주는 학생들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힌 두 가지 사건을 가지고 ‘학생 인권 보호’라는 오래된 화두를 다시 꺼내어 논란에 휩싸였다.

한 초등학교 1학년이 옷에다 오줌을 쌌는데 담임교사가 지도랍시고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 세 시간을 세워 놓은 사건과 한 여자중학교에서 아이들이 규정된 복장과 용모에 어긋나게 하고 다닌다고 해서 집단으로 ‘엎드려 뻗혀’를 시키고 매질을 한 사건이다.

사랑 빙자한 인권침해 난무

둘 다 아이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다. 여중생들이 규정된 복장과 용모 등을 어긴 것은 지도해야 마땅하겠으나 집단으로 ‘엎드려 뻗혀’를 시키고 매질을 한 것은 삼가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가한 체벌은 육체적 고통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을 주었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관련된 교원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백배 사과하고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할 뿐만 아니라 학생 인권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번에 처음 벌어진 일인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늘 벌어지고 있는 일상적인 일이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하자. 욕설과 모욕적 언사, 지나친 체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사와 사랑을 빙자한 몸 만지기, 의도적 무관심과 따돌리기 등등 교육적 지도와 사랑을 빙자한 인권 침해와 유린이 이제는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얼마 전에도 한 고등학교에서 지나친 두발지도와 억압에 견디다 못해 스스로 학교 다니기를 포기한다는 장문의 글을 남겨 파문이 일어난 일도 있다. 학생 생활지도를 하다 보면 다소 지나친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접어 생각하더라도 정말 심각한 인권 침해와 유린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거나 그럭저럭 넘어가고 있다.

어쩌다 학생 인권을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해 조례 제정이나 학교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도 할라치면 ‘생활지도를 포기하자는 것이냐?’ ‘그보다 교권 보호가 먼저’라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우리들은 참 잊어버리기를 잘 한다. 슬프고 아픈 기억, 언짢고 안타까운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제이기도 하다니 잘 잊는 것이 오히려 좋은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일들을 너무 쉽게 잊는 것 같다. 불행한 일이 더 벌어지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 

학생인권 보호장치 마련 시급

이번 일도 그럴 것 같아 참 안타깝다. 해당 교사가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어물어물 넘어가고 말 것 같다. 잘못을 저지른 교사에 대한 준엄한 징계도 해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국회에는 학생 인권을 보장하려는 법안이 제안되었지만 1년 넘게 깊은 잠에 빠져 있고, 광주교육계에는 여러 해 동안 연구하고 준비하던 ‘광주학생 권리 조례’를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정체되어 있다. 

잠시 시끄럽게 떠들다 마는 우리들의 망각병과 무관심, 그리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보수성과 발목잡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장치, ‘학생 인권법’, ‘학생 권리 조례’와 ‘학교 생활 규정’을 하루빨리 정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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