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원, 진정 용기있는 사람은...?
브레이브 원, 진정 용기있는 사람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1.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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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영화를 보다] 노해경(자유기고가)

▲ 영화 포스터.
영화 : 브레이브 원. 
감독 : 닐 조단
주연 : 조디 포스터, 테렌스 하워드

상처가 난다. 몸은 능숙하게 면역체계를 가동시켜 치료에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가 남는다. 외부의 작용에 본능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경이롭기는 하지만, 그 모습은 과잉인 것이다. 과잉반응이 아니라면 상처 이전의 피부만큼만 복원력을 발휘해서 흉터라는 흔적을 남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이런 치유의 과정을 통해 변화를 하는 셈이다. 이후의 삶은 그 변화와 함께 간다. 어쩌면 상처가 남긴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영화 <브레이브 원>의 표면은 상처받은 여성의 복수극이다. 결혼을 앞두고 행복에 젖어있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에리카(조디 포스터 분)는 밤거리에서 갱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약혼자까지 잃는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녀에게 뉴욕은 더 이상 아름답고 희망찬 도시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이 된 것이다. 육체의 상처는 아물어 가지만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녀는 공권력에 치료(범인 검거)를 호소하기도 하고,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두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의 반응은 냉담하고 가슴은 답답하다. 결국 스스로를 방어하는 와중에 복수를 통한 자력구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녀의 내부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뉴욕 강력계 형사 머서(테렌스 하워드 분)는 이혼했다. 철(?)이 들어 돈을 벌어야하는 변호사 아내에게 정의·양심 운운하는 경찰관은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일 뿐이었나 보다. 또 냉철한 분석력과 탁월한 직관력으로 법의 수호를 위해 노력하지만,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악이 버젓이 활보한다는 사실에 좌절감도 크다. 가족과 몸담은 제도로부터의 상처가 적지 않은 인물인 것이다.

닐 조던 감독은 시사회 인터뷰에서 ‘복수’를 언급했다. 상처받은 사람의 변화과정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 속에서  ‘복수란 무엇이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원스레 범법자들을 처형하는 개인(에리카)과 무기력한 공권력(머서)은 영화 내내 대비된다. 관객들은 이야기를 쫓아가며 철저하게 에리카의 복수를 편든다. 감독은 여주인공을 통해서 법적·제도적 정의의 무력함의 고발하고, 개인적 방식(복수)의 정의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나보다. 이런 관점은 에리카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머서의 행위에서 정점에 달한다. 공권력이 개인적인 복수를 허용해 버린 것이다.
 
여기까지가 감독의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에리카와 머서의 만남과 교차는 화학변화를 발생시킨다. 서로의 상처를 아파해주고, 이해하려는 우정이 싹튼 것이다. 이런 공감대는 범법자와 경찰이라는 대립구조를 해체시켜주고, 주인공들이 각자 느끼는 고독감을 치료하는 처방전으로 작용한 것 같다.

에리카가 범인임을 직감한 머서는 그녀에게 경찰 초년병시절의 이야기를 한다. 그때는 자신과 친한 사람이 불법행위를 했을때,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당당히 체포할 수 있는 것이 ‘용기’라 생각했었다고...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암시한다. 그러나 실제로 현행범이 된 에리카를 머서는 체포하지 못한다. 그가 말한 ‘용기’를 스스로 포기해 버린 것이다.

상처가 변화를 가져온다면, 상처받은 인간은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변화를 끌고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한다. 그 힘겨운 삶에 ‘세월이 약이다’, ‘용서해 버려라’ 등의 말이 무책임한 주변인들의 겉치레 이상으로 들릴까? 아니다. 관심을 갖고, 공감하며, 기댈 어깨를 빌려주는 머서의 우정에서 우리는 진정 '용감한 사람'(The Brave One)의 모습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아는 사람 봐주기의 월권도, 불법의 옹호도, 복수의 정당화도 아니다. 가장 용감한 사람은 아픈 이들을 사랑하고 감싸주는 연민을 가슴속에 품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들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출발선에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것임으로....

* 필자인 노해경 씨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평범한 광주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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