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함께 떠나는 문화소풍"
"주민들과 함께 떠나는 문화소풍"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7.10.3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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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탐방]문화예술공동체 ‘터’

▲ 지난5월에 열린 ‘우리동네 문화소풍’에서 우리 지역의 햇살가득어깨동무 어린이집 아이들이 앙증맞은 동요 공연을 선사해 줬다.
학생 운동이 활발했던 80년대 학내 문예 운동에 몸담았다가 졸업과 함께 학교 밖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이들이 ‘지역문화를 살리자’고 머리를 맞댔다. 2002년 빛고을문화예술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지금은 ‘터(대표 김용재)’라는 정식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공동체가 바로 그곳이다.

학교 밖에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었던 소위 운동권 출신 386세대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문화예술운동에 대한 ‘아쉬움과 꿈’이 있었다.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학내 문예운동에 생명을 불어넣고, 지역민이 함께하는 진정한 지역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은 그네들을 다시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런 열망을 처음으로 외부에 표출한 것이 바로 2005년 첫 선을 보인 ‘우리동네 문화소풍’이라는 프로젝트다. 회색빛 아파트촌 사이에 위치한 작은 공원을 무대삼아 공연 한마당을 열었다.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도시 주민들을 위한 ‘소통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기획 의도였다.

김용재 대표는 “지역 문화제는 유명 가수를 초청하거나, 주민들이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애창곡을 부르는 공연이 아니다”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내용과 테마가 있는 공연을 꾸며나가는 것이 ‘터’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대로 ‘문화소풍’은 지역에서 통기타, 국악, 마술, 영화 등 각 분야에 조예가 깊은 활동가들이 모여 ‘질 높은’ 문화제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무대와 인기 있는 출연진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매 공연마다 내용이 좋다며 주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비단 공연을 값지게 만드는 것은 그들 뿐만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섭외한 팀만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문화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문화소풍의 특징”이라며 “옆집 아저씨가 부르는 구성진 민요 한가락, 앞집 아줌마가 들려주는 구연동화, 동네 꼬맹이들이 연습한 깜찍한 동요 이런 것들이 우리의 공연을 빛나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문화소풍은 대중문화의 소비자로 전락하고 마는 수많은 축제나 행사보다 지역민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터’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은 한 달에 한번 운남공원에서 공연을 펼치다가 2007년부터는 무대를 확장해 서구 신암근린공원에서도 공연을 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11월부터 3월까지는 공연 대신 문학, 미술, 영화, 음악 등에 관심 있는 지역민들과 함께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전망을 세우고 정책 및 복지에 대한 생각을 모아 지역 담론을 만들기 위한 포럼이나 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터’ 사무국장 정우영 씨는 “해가 더해 갈수록 ‘터’의 활동이 온전히 지역민의 것이 돼 가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북구, 남구, 동구에도 제2의, 제3의 ‘문화소풍’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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