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0만인 시대'에 서서
'외국인 100만인 시대'에 서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0.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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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김싱싱(광주국제교류센터 간사)

두 달 전 법무부는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2%인 100만 명이라고 밝혔다. 광주 시민이 141만 명이니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이 곳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여기엔 여행객, 연수생, 불법 체류자, 결혼 이민자가 모두 포함돼 있다. 결혼 이민자를 외국인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어쨌거나 대한민국은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지난 4월 광주시가 조사한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11개 대학에 1,455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는 전남대 359명, 조선대 319명, 광주여대 227명, 호남대 217명, 광주대 149명, 기타 184명 등이고, 국적별로 보면 중국이 1063명(73%)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다음으로 베트남이 283명이며(19.5%) 나머지 국가는 109명(7.5%) 등이다. 이제는 대학은 물론이요, 지나는 길, 학원, 산업현장, 기업, TV의 각종 재연 프로그램, 드라마, 토크쇼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외국인. 한국에 장기간 체류한 외국인들은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을까?

한국에 오랫동안 체류한 몇몇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동안 지켜봐 온 한국의 모습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해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도 하루 밤 자고 나면 어제 있던 가게가 사라지고 바로 다음 날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 십년이라는 세월은 오죽할까 싶다. 한국에 십년 이상 거주한 한 미국인은 자신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해도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을 많이 만날 수 없던 때라 항시 자신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광주에 직업을 구해 이곳에 오기 전 인터넷으로 광주 관련 자료를 찾는데도 영어로 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알 수 없는 낯선 도시에 가도 될지 막연한 불안감에 고민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광주도 한국도 급속하게 변해 이제는 자신이 유일한 외국인이 아니며, 아직도 미흡하긴 하지만 영어로 된 안내 자료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어 생활하기에 많이 편해졌다고 한다. 하긴 어딜 가나 패스트푸드와 커피 등 세계적인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굳이 한국어를 알지 못해도 오히려 한국인이 영어로 대화하려고 애쓰는 풍경이 새삼스럽지 않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 속에 그들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가 한데 어울려 살고 있는 시대이니만큼 각종 기관과 지자체에서 국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행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내가 속한 국제교류센터 역시 ‘광주외국인의 날’이라는 행사를 매해 가을에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일회성으로 열리는 행사들은 그 내용도 비슷비슷하고,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경우가 있다. 함께 살고 있는지가 몇 년인데도 우리문화를 외국인이 체험하거나, 외국인 문화를 우리가 체험하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100만인 시대. 외국인 관련단체만 외국인과 친근한 시기는 끝났다. 또한 한국인, 외국인을 분리해 이야기할 시기도 지났다. 우리는 이제 그들과 ‘우리의 문화’를 만들어갈 위치에 서있다. 때문에 관련단체의 일회성 행사보다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 생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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