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무엇이길래
학교가 무엇이길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0.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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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이영선(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 사무국장)

학교란 무엇인가?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더라도 교육은 한치 앞이 아닌 먼 미래를 위한 구상이어야 한다. 적어도 학교라는 공간은 미래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된 삶의 전형과 그에 따른 실천적 태도를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 아무리 제 잘났다 해도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곳이라는 평범한 말이 갖는 의미를 아이들이 알아가게 하는 곳이 학교여야 한다.

단적인 예로 아이들이 급식을 대할 때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그 한 끼를 통해 아이들이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알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운반을 하고, 누군가는 식단을 분석하고 또 누군가는 열심히 조리를 하고, 누군가는 아이들이 앉아서 밥을 먹는 식탁과 의자들을 만들기 위해 땀 흘렸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참교육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세상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그러므로 우리의 삶 또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의 삶을 있게 한 숱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 현장은 어떠한가?

11월 23일 안순일 광주시교육감은 중학교 전체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을 치르게 하겠다고 한다. 단순히 보면 무엇이 문제인가 싶을 것이다.

그러나 중학생 전체 학력평가시험은 고등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위해 사람이기를 포기당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중학교 아이들까지 시험의 노예로 만드는 시작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일선학교에서는 우리학교가 광주시에서 몇 등이고 너희들이 광주시에서 몇 등인지 알게 되는 시험이니까 수행평가에 반영하겠다고는 말로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비단 아이들만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 또한 단순히 아이들이 받은 점수로 교사가 평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교사의 직분이 시험 잘 보는 요령만을 가르치는 역할로 전락하는 것 같아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학부모들은 어떤가. 우리 아이 실력이 광주 전체에서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이미 학원들은 중학교학력평가를 위한 준비반을 만들고, 학교 앞 서점에는 학력평가를 위한 문제집이 쏟아지고 있다. 학교수업만으로 불안해진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에 또 다른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린다.

도대체 우리 교육이 어디로 가자는 건지. 중학교학력평가 시험은 단지 한 번의 시험을 더 치르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학교서열화를 조장할 것이고, 나아가 고교입시를 부활하게 하는 전초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이 시험이 철회되고, 학력진단이 꼭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표집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학교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지 시험 잘 치는 기술을 익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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