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안전, 미래를 준비하는 일
어린이 안전, 미래를 준비하는 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0.29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대한민국]송춘희(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광주사업단 집행위원장)

98년 여름 늦더위가 기성을 부리던 날,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자궁이 땅으로 꺼질 것 같은 고통속에서 20시간이 넘는 산고를 치루고 소중한 아이를 얻었다. 아이는 좁은 산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두개골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엄마와 함께 사투를 벌여 최종 승리자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아이의 앵앵거리는 울음소리를 듣자 마침내 생명을 창조했다는 기쁨에 눈물이 쏟아졌다. 그때 그 기분이란 다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감정이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어렵게 만난 우리 딸의 이름을, 세상에 이보다 더 기쁠 수는 없다는 의미를 담아 ‘세희’로 이름 지었다. 

그런데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돌아보자니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걱정이 앞선다. 조금만 살펴봐도 주변 곳곳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언제 어디서 차가 튀어나올지, 아이들이 다니는 골목길에 맘 삐뚤어진 누군가가 있지는 않을지, 차도에 차고 넘치는 차량에서 쏟아지는 매연에 저 아이의 폐는 안전한지, 학교에서 먹는 각종 먹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안전한 건지, 수입품은 없는지, 성폭력의 위험은 없는지 어느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다.

이것뿐인가. 불우한 가정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행여 자존감에 상처를 줄 일은 없는지, 학원은 괜찮은 건지, 장난감은, TV 내용은, 또 인터넷은….

어린이 안전관련 사이트를 면면이 살펴보니 대부분 아이들에게 사고를 예방하는 교육지원이나 사후 대책지원이 대부분이다. 아이에게 위험을 알려내고 주의시키는 반복교육도 필요하지만 건물을 지을 때, 차량을 만들 때, 도로를 만들 때, 학교와 학원의 교육 내용을 정할 때, 혹시 발생할 위험 사전에 제거하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고로 한 어린이가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고 한다. 안전 규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데 있다. 신호위반, 불법 차선변경, 불법 유턴, 과속 등 위험천만한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원에서 통학차량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는 안전장비를 갖추고 이를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보육시설 입장에서는 난감한 표정이다. 영세한 규모로 종사자의 인건비 외에 다른 안전시설확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범칙금을 물고 만다는 것이다. 행정당국조차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까지 이대로 둘 것인가.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법만 만들어 두고 사문화되도록 놔둘 게 아니라 실제 이행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보육기관의 영세한 실정을 감안해 안전문제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 이를 지원하는 적극적인 안전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모들 역시 아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아이들의 맡기는 것에 머물지 않고, 위탁시설에 대해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며칠 전에도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5살짜리 어린이가 추락사 했다는 뉴스다. 몇 년전 일어난 씨랜드 참사나 올해 노고단 경사길에서의 버스추락 사고 역시 어른들의 과실이지 아이들의 선택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안전문제는 다른 어떤 것에 앞서야 한다. 어린이 안전문제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