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괴로워
교회는 괴로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0.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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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장헌권목사 (광주노회 인권위원장. 광주NCC총무)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다. 단풍나무만 단풍이 드는 게 아니라 나무마다 제각기 자신의 때깔을 가지고 곱게 물든다.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장렬한 예식 같다. 이처럼 가슴시리도록 청순한 가을, 각기 제 때에 어울리는 자태다.

하지만 가장 성스럽고 고상해야 될 교회는 가장 속물처럼 세속화되고 물화되어 간다. 탈 역사적이고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는 지난 아프간 사태 이후 한국교회의 위기가 비난여론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는가? 한국교회의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투쟁, 교회세습, 서울시청 앞에서 극우보수의 정치집회 등 사회와 소통 부재한 한국교회를 본다. 이처럼 교회됨을 포기하고 비본질적인 실용주의에 몰입할 때 교회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 말이다.

역사적으로 고등종교의 타락에는 네 가지 뚜렷한 징후가 나타났음을 본다. 먼저 성직자의 수 가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종교기관 건물 수도 급증한다. 그리고 신앙이 탈 역사적인 기복주의와 물량주의에 빠진다. 결국 종교가 이해집단의 권력화와 세력화의 도구로 사용된다. 그래서 교회는 예수 없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지금 우리는 위기와 도약 사이에 있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무한경쟁시대로 급속히 치닫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비정규직노동자, 농민, 사회적 약자를 가슴에 품어야한다. 이것이 그토록 예수가 원했던 인간중심, 생명 중심, 약자의 삶을 생명과 평화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대선은 이런 의미에서 결정적인 시간이다. 여기에 한국교회는 괴롭다. 교회를 이용해서 자기의 욕망을 채우는 자들. 거기에 함께 덩달아 춤을 추는 몰지각한 목사, 장로들이 있다. 특정 정당에 특정후보를 공식적으로, 그것도 대형집회에 거론하는 것은 강단을 오염시키는 일이다.

여성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통해서 물의를 일으켰던 전광훈목사(청교도 영성훈련원 원장)가 이번에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다닌다. 지난 4월 마산집회 때 ‘올해 대선에서는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라며 만약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 버릴거야’ 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무조건 찍으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후보가 장로이기 때문이다. 이런 발언에 대해 뉴스앤조이는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뉴스앤조이-교계이슈 제152호 2007년10월14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도덕성이 결핍되고 몰상식한 무책임한 강사를 초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 평화와 인권이 살아 숨 쉬는 도시 빛고을에서 복음이라는 이름으로 세력을 과시하는 행태는 광주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유럽교회는 회중이 교회를 떠났다. 미국교회는 떠나고 있다. 한국교회는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진정한 교회 본질을 회복하여 세상의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해야한다. 더 이상 본질을 떠나 이익집단이 되어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교회의 가벼움에서 벗어나 가장 소박하고 순수한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가을 하늘처럼 맑고 깨끗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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