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만 성장하면 잘 살게 되나
경제만 성장하면 잘 살게 되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0.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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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명등룡 (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

며칠 전 예전에 같은 현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동생이 신문에서 나를 보고는 오랜만에 수소문 끝에 전화를 걸어왔다. 요지는 월급을 받았는데 자기 계산보다 적어서 회사에 알아봤더니 자기가 쓰지도 않은 근로계약서에 계약직도 아닌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되어있고, 그러다 보니 주휴나 월차 수당, 상여금, 퇴직금은 물론, 4대 보험조차 적용 받지 못하게 된 사연을 호소하였다. 그나마 80만원 가량의 저임금에다가 2중 3중의 착취와 억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매월 꼬박 꼬박 세금을 내는 나라의 주인이지만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호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본의 폭력과 2중 3중의 착취의 사슬에 묶여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벌써 850만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세 사람 중 한사람에 해당한다.

반면에 소수의 20%는 가만히 앉아서 놀고 먹어도 쓰는 돈 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전세비행기로 해외골프관광까지 나서는 희한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소수의 20%는 외국 투기자본과 국내재벌, 그리고 거기에 기생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이다.

문제는 성장이 아닌 부의 편중

이미 우리사회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8천달러( 4인 가족 기준 6,500만원 정도)나 되고, 최근 5년 동안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3%대로 안정되어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국민 모두가 1인당 국민소득수준을 평균적으로 누리기만 한다면 더 이상의 성장이 필요 없을 정도의 수준이 된 것이다.

문제는 부의 편중이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다수의 국민들에게 정당한 대가로 되돌려 지지 않고 소수의 배를 채우는 방향으로 점점 치닫고 있는 것이다. 부의 편중은 과잉자본을 낳고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원리로 보아도 중장기적 경제성장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자본주의 자체를 망하게 하는 ‘독약’이다.

다수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낮아져서 구매력이 떨어지면 소비가 줄고 그것이 생산의 축소로 이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법칙이다. 생산의 축소는 노는 돈(과잉자본)을 늘리고, 노는 돈이 부동산이나 주식, 사채놀이나 카드 등의 투기에 빠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본성이다. 또한 그것이 전체국민경제를 병들게 하고 서민들을 골병들게 하는 것이다.

‘평등’은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

대선을 앞두고 많은 후보들이 ‘경제성장’만이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부르짖는다. 그러나 그것처럼 뻔한 거짓말은 세상에 없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열심히 일한 우리서민들에게 남은 것은 빚과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뿐이다. 이제 더 이상 “경제가 성장하면 저절로 나도 잘살게 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이미 골고루 분배만 잘 된다면 충분히 모두가 잘사는 사회가 될 수 있고, 고른 분배가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의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잘사는 나라들이 똑똑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평등’은 ‘평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열심히 일한만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소수 20%에 굴복하고 아첨하고 기생하여 나 혼자 잘살 수 있다는 환상으로 평생을 사랑하는 동료와 형제들과 싸우며 살 것인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광주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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