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풍경 어머니소식까지 전해주는 인터넷 마을이 효자일세
고향 풍경 어머니소식까지 전해주는 인터넷 마을이 효자일세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7.08.28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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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희망이다]남도마을 인터넷카페 ‘e-전라남도’

다음과 손잡고 230여 개 카페운영
농사정보 교환, 공동체 회복 모태
"사랑방 역할에 사이버쇼핑도 해요"

▲ 올 9월 첫 꽃차 수확을 기다리며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김매기를 진행하는 등 꽃차밭 가꾸기에 힘쓰고 있다.
전라남도에 마을이 몇 개쯤 될까. 광주에서 가까운 담양, 장성, 화순, 나주부터 점하나씩 찍어 세어보니 모두 2,546개나 된다. 그 중 234개 마을이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얼핏 봐도 10 개 마을 중 1곳은 홈페이지가 있는 것이다.

2006년 말부터 전남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e-남도마을 카페’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행한 성과다. 이 프로젝트는 2011년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도시와 농어촌간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고 마을 특산품 소개나 고향소식 전달 등으로 지역홍보 및 애향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전라남도의 마을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 대부분은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많다.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마을에서 농촌 일에 바쁜 농민들이 정보화 사업을 적극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e-전라남도’ 프로젝트 마을 중 한곳인 신안군 우산마을의 경우 현재 회원수가 300명을 웃돌고 하루 방문객 100명을 넘기는 인기 절정의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개설 이후 카페 주인장만 홀로 지키고 있는 카페도 부지기수다.

카페수로 사업의 성과를 언급하기보다 비슷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순수하게 한데 모인 의미가 더 크겠다. 영화나 음악, 도서, 드라마, 연예인, 팬클럽에 이르기까지 수만의 회원이 넘쳐나는 카페는 아니여도,  ‘e-전라남도’ 카페는 클릭 몇 번에 시골 들녘에서 손 흔들며 반갑게 마중하는 부모님의 정취가 묻어나고 멀리 떠밀려가는 푸른 바다 파도소리가 퍼져간다.

행정기관이 각 면 담당자나 리 담당자를 정해 지정 운영하는 지금껏 보아왔던 행정기관 홈페이지의 모습이 아니다. 카페를 들어서면 남녘에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 들판이 보이고, 늦여름 깊은 밤을 울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전남 담양군 월산면 신계마을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jndysingye)는 올해 2월에 개설됐다. 짧은 개설 기간에 반해 회원수도 100명이 넘고 하루 방문객도 50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김경숙 씨.
김경숙(43)씨는 신계마을 ‘여성’이장이라는 명함 말고도 농업농촌 정보화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바지런한 김 이장의 노력으로 카페는 마을 소식을 알리는 게시물과 사진이 그득하고 덕분에 마을 주민을 비롯해 출향한 자녀들도 카페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을 홍보는 기본!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로

카페 게시판에는 마을 공동사업의 일환으로 재배하는 꽃차밭의 국화, 구절초에 대한 정보도 올리고 일과시간에 나누지 못했던 얘기도 나누는 사랑방이다. 지역 담당 공무원들이 카페를 방문에 농업정책 등에 관한 농민의 불만과 조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한다.

작년부터는 마을 부녀회가 공동으로 만든 천연 딸기잼, 개인이 재배하는 버섯이나 고구마순 등 농산물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로도 활용하고 있다.

김 이장은 “e-전라남도가 생겨서 좋은 점은 무엇보다 지역 공무원들이 단순히 행정적인 입장으로 마을을 바라보지 않고 마을을 아끼는 카페 회원으로서 관심을 기울여 준다는 거예요. 또 카페를 통해 우리 마을을 알릴 수 있고 밖에 나가있는 친지들, 고향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거죠”라고 전했다.

하지만‘e-전라남도’ 카페담당자들(대부분 마을 이장)이 올리는 몇 가지 사진, 행정소식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차츰 시들해질 우려도 크다. 카페 운영,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농어촌 정보화 교육은 도농 교류의 초석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뿌려 진행하고 있는 ‘정보화마을 사업’이 정말로 제대로 잘 되고 있는지. 마을회관에 있는 컴퓨터는 수북이 먼지가 쌓여 전원이나 들어오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김 이장은 “이장과 주민들의 열정,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열악한 전남 정보화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해요”며 “1개 면에 최소 1개 이상의 정보화 교육장을 마련하고 제대로된 관리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이장은 “나이가 들어서, 컴퓨터를 몰라서, 낙후된 농촌이라서 라는 핑계는 마을을 고립시키는 참담한 결과만 낳을 거예요”라며 “전라남도 이장님들! 못한다고 주춤거리지 말고 우리 농촌,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방법 좀 찾아봐요”라고 말했다.

마을 공동체 거듭나기

신계마을은 정보화를 통한 도-농 교류 뿐 아니라, 현재 1400평 규모의 꽃차밭을 활용해 도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녹색생태체험마을로 발전하기 위한 계획도 갖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마을 가꾸기 모범 사례 타지역을 견학하며 공동체 문화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있다. 매주 민요교실 2회, 체조교실 3회씩 진행하는 등 농촌의 새로운 문화 코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신계마을은 현재 전남도의 농촌건강장수마을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매주 민요배우기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 모두 “즐겁게 이웃과 활동하면서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 것 같다”며 기쁜 얼굴을 하고 있다.
   

‘e-전라남도’ 카페 들여다보기

장흥군 회진 선학동 마을(http://cafe.daum.net/jnjhseonhakdong)

회원 ID 초밥왕은 “고향의 그리움이 이곳을 찾을 수있게 되었어요. 회진에서 태여나서 지금은 서울에서 생할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내고향을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할수 있을까 항상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카페에 들어와보니 이렇게 고향을 자랑 할수있는 곳이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고 전했다.

ID 나그네는 답변으로 “고향이 보고 잡프믄 언제든지 들어와서 물어 볼건 물어보쇼. 글고 하고싶은 말이 있을때나 괴로울땐 언제나 자판을 두들기믄 좀 풀려라우. 누구도 뭐라고 할사람 없응께. 나도 항시그렁께 그라고 건강하게 지내요잉”이라며 애틋한 고향민의 정을 보여줬다.


나주 장림마을 (http://cafe.daum.net/jnnjjangrim)

장림마을 카페 게시판에는 ‘부모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ID 까진공주는“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당신 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가장먼저 전화번호를 누를 수 있게 제 휴식처가 되어주시는 분. 늘 감사하며 가슴에 새기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사랑합니다”라고 글을 남겨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해남 땅끝 동해리 김치마을(http://cafe.daum.net/jnhndonghae)

149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동해리 홈페이지는 최신농업소식과 친환경 현장, 직거래 등 농자 정보를 비롯해 특산품, 숙박시설, 관광명소에 대한 정보도 가득하다.

이 밖에도 ‘다음(www.daum.net)’검색창에 ‘e전라남도’ 라는 검색어로 검색하면 다양한 남도 마을 카페를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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