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경제, 새로운 대안 만들자
광주 경제, 새로운 대안 만들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6.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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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곽규호 편집장

광주 광산구 소촌동에 입주한 금호타이어는 지역 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구소를 서울로 옮길 예정이다. 기아자동차는 중국에 스포티지와 세라토 라인을 만들어뒀다. 금호와 기아를 필두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지역 내 4대 주요 수출업체가 중국 등 지대와 임금이 저렴한 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게 지역 내 경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설립 14년을 맞은 광주과학기술원은 광주 첨단산업단지의 상징적 존재이지만 실제 여기서 배출된 인력은 광주를 위해 활동하지 않는다. 광주과기원이 배출한 1,500여명의 박사급 연구원 가운데 광주에 남아있는 연구 인력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들이 광주를 외면하는 이유는 광주가 싫어서가 아니다. 일 하고 싶어도 자신들을 채용해 줄 기업이 없다. 지방자치단체도 이들의 연구 역량을 활용할 방안이 뾰족하지 않다. 국제적으로 앞서갈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인력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광주과학기술원의 지역 내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기업 입지 매력 잃는 지방도시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난 해 7월 4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당선된 이래 외국의 투자유치를 위해 수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 2002년 취임부터 계산하면 엄청난 횟수이지만, 기실 그 결과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반영됐는지에 대한 평가는 허술하다. 그나마 주요 대기업인 금호 삼성 기아 아남 등이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 그동안의 투자유치 효과는 줄어들 공산이 크다.

기업의 입지는 여러 가지 조건에 좌우된다. 임금이 현격히 저렴하거나 공장 부지가 싸고 수출에 용이한 교통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기업과 노조의 상생 협력적 분위기도 갖춰야 하고, 지역 내 소비 시장이 활성화돼있는지의 여부도 중요하다.

이 가운데 광주가 내놓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나 될까. 중소기업들은 다르지만 대기업의 경우 임금 조건은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하지 않다. 하남공단은 가득 차 있고, 평동공단을 외국인에게 갖은 혜택을 부여하며 분양하고 있다. 지역 경제가 오랜 침체의 늪 속에 헤매면서 지역 내 수요 창출도 활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역기업들의 해외 이전 추진은 이같은 여러 가지 비용요인을 분석한 결과일 것이다. 결국 광주는 떠나려는 기업들을 잡아야 하고, 추가적 투자와 공장유치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역경제 장기적 연구 절실

‘중국으로 절대로 안 간다’는 기업인들의 말만 믿고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태도일 뿐이다. 언제까지 기업들의 희생을 요구하며 발목을 붙잡고 떠나지 말라고 애원할 수만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장기적 관점을 내다보는 안목과 대비이다.

주요 대기업이 떠난 광주의 경제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단체는 물론 지역 내 대학 연구진과 시민단체들까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지역 경제 패러다임을 연구해야 한다. 그 대안이 몇 개의 잘 나가는 대기업에 혜택을 제공하면서 지역 역량을 허비하는 데에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수출 중심의 제조업에만 기대서는 답을 낼 수 없다는 사실도 자명해 보인다.

광주과학기술원의 우수 연구 인력을 광주의 경쟁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과학기술력과 기업의 생산력을 결합시켜 최첨단 유비쿼터스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만들도록 기업과 연구진의 협력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민주 인권 평화도시로서의 지역 정체성을 기업과 연결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전혀 상관없는 듯한 이질적 영역일지라도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도 있다. 원로 경제학자가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을 인본주의, 사람 위주의 경영과 경쟁의식 고취에서 찾고 있는 점은 광주의 정체성과 딱 맞아떨어진다.

기업의 해외 이전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떠나는 그들을 물리력으로 막을 수는 없다. 남아있는 광주시민을 위한 경제연구가 한시라도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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