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의 퇴학(退學)
듀크의 퇴학(退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6.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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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김승환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듀크대학은, 세계의 중심이라고 제멋대로 자부하고 세상의 주인이라고 오만하게 자랑하는 미국에 있다. 대서양에 면한 노스캐롤라이나 주도(州都)에서 조금 떨어진 더램(Durham)의 듀크는 코치K가 이끄는 농구팀으로도 유명한 사립대학이다. 이 대학은 여러 면에서 미국의 10대 명문이자 세계 40대 명문으로 확고한 명성의 가진 남부의 자존심이다. 미국의 남북전쟁 시절 남부연맹의 핵심주였고 지금도 인종차별이 다른 곳보다 심한, 그러나 겉으로는 거의 표시가 나지 않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듀크대학에서 날아온 소식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것이었다.

이 듀크대학에서 몇 명의 한국인들이 퇴학에 처해졌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다시 한 번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듀크대학의 경영대학원(MBA) 후쿠아 스쿨에서 부정행위로 추출당한 파렴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듀크에서 강의를 하면서 일 년 조금 넘게 보낸 적이 있다. 그 때 검사, 판사, 대기업 과장, 의사, 공무원 등 다양한 한국인들이 이 대학에서 연수나 공부를 하는 것을 보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눈 적도 적지 않다. 특히 듀크의 경영대학원 재학 한국학생들은 한국에서는 최고의 학벌과 최고의 지적 능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였다. 여러 조건으로 볼 때 경제사회적 신분도 최상위가 아니면 그곳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한마디로 한국사회에서는 가장 경쟁력이 있고 우수하며 세계화도 잘된 사람들이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하여 다니는 곳이 바로 듀크대학의 후쿠아 스쿨이다. 간단히 말해서 그들은 앞으로 한국의 재계(財界)를 이끌어가고 세계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낼 미래의 인재들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말문이 탁 막힌다. 

이와 함께 지적할 것은 한국의 신분과 지배원리가 미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배 상류계층은 그 어떤 이유로든 미국과 끈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교육을 받았든, 자녀를 보내든, 투자나 사업을 하든, 친구가 있든,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그것을 상당한 자랑으로 여기고 미국을 마음의 조국으로 여기는 희극배우들이 많은 한국사회이니 한미 FTA가 통과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지배와 피지배의 원리가 관철되는 미국사회에서 한국인이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번 조승희 사건과는 전혀 다른, 어떻게 보면 훨씬 더 심각한 일이다. 선진사회에서는 시험 때의 부정행위는 말할 것도 없고, 리포트라도 한 줄 이상 베꼈다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최소한 정학(停學)을 시킨다. 반면, 한국대학의 리포트 중 표절을 하지 않은 것은 많지 않다. 이런 습관에 젖은 한국학생들이 다른 나라의 대학에 가서 표절을 하다가 생긴 사건이기 때문에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 전체의 문제다.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글을 표절하는 것이 중차대한 범죄인 줄을 모른다. 좋게 보면 인간이 생산한 지식이나 작품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므로 마음대로 공유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그것을 아시아적 가치로 미화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문제로 바꾸어 생각해 보면 간단해진다. 자기 자신이 고심을 하여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무단히 표절한다면 어떤 심정이 들겠는가. 가령, 학교에서 잘 작성한 자기 답안지를 다른 학생이 옮겨 써서 노력을 하지 않고 좋은 학점을 받았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인가? 한국대학의 부정직은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고 미국대학의 정직은 매우 자랑스런 그들의 힘이다. 미국이 제국주의로 세계를 지배한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의 힘과 장점을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미국에 종속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표절이 강도나 사기와 똑같은 범죄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이 해결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창의성이 생긴다. 창의성이 있어야 잘사는 길도 나온다. 강도처럼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작품을 표절하게 되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천치(天痴)가 될 수밖에 없다. 국가를 잘살게 하려면 먼저 표절과 부정을 없애야 한다. 총체적인 부정과 표절로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언제나 후진국이다. 표절의 기준은 인용으로 밝히느냐 밝히지 않느냐다. 한 줄이라도 인용하거나 영향을 받았을 경우에는 반드시 주석을 달아서 정확하게 표시를 해 주어야 한다.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런 점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 한국은 표절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전국민의 표절화를 방치하는 학교교육과 국가정책은 하루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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