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은 없다!
슈퍼맨은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3.28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대한민국]박찬동 장애인부모연대 사무국장

지난 20일 노무현 대통령은 농업 개방의 불가피성을 지적하면서 “농업도 시장의 힘과 원리에 따라 지배되는 시장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농산품도 상품이고 상품으로서 경쟁력이 없으면 농사를 더 못 짓는다"는 말을 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농민단체는 식량주권의 의미가 더욱 강해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무시하고, 농업이 가지는 공익적, 다원적 가치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인한 발언이라고 곧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런 뉴스를 듣는 순간 문득 지난 2월 19일 설 연휴 마지막 날 접했던 광주에서 발생한 어느 장애인의 죽음에 관한 기사가 생각이 났다. 뇌병변장애로 인해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했던 고인은 외출을 하려다 넘어진 뒤 스스로 일어나지 못해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할 일이 포기뿐인가

FTA와 관련된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장애인의 죽음과 관련된 영상이 겹쳐졌던 이유는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노동력만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상품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상품으로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모든 장애인이 시장의 힘과 원리에 지배되어야만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경쟁력을 상실한 불량농업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농업을 포기하고 개방하는 것뿐이듯이, 경쟁력을 잃은 장애인에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포기'뿐일테니 말이다.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되면 각 언론과 장애인단체들은 앞다투어 사회 각 분야에서 훌륭하게 장애를 극복하여 타의 귀감(?)이 되어온 장애인을 찾아내는데 열을 올린다. 멀게는 헬렌켈러와 스티븐 호킹, 가깝게는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와 피아니스트 이희아, 가수 강원래와 같이 우리 사회에는 장애를 이겨내고 세상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많은 장애인들과 장애자녀를 경쟁력 있게 키워낸 훌륭한 부모님들이 많다. 이 분들은 인정받고 존경받아 마땅하다. 올해도 장애인의 날에 정부와 언론은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에게 표창을 하게 될 것이며, 우리들은 장애인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아름다운 이웃에게 박수를 치고 있을 것이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이 국제경쟁력 강화를 이야기하고 모두가 장애인의 날을 축하하는 시기가 오면 우리 주변에서는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에서 배제되어 시설과 가정에서 생존의 문제와 싸워야하는 장애인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장애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가진 장애인이 되기를 강요하는 정부와 언론, 단체들은 장애를 갖게 되거나 알게 된 순간부터 절망과 분노, 좌절을 넘어 새로운 삶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든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몇 몇 장애인이  보여준 초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무능력하거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장애인과 장애부모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도, 재활의 대상도 아니다. 진정한 장애복지는 장애를 지니고도 장애를 느끼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며, 그것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정부는 장애인에게 경쟁력을 키워라 강요하며 사회환경 개선과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할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된다. 활동보조인과 이동편의, 자립생활에 대한 요구를 장애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듣고 싶다. 올해 장애인의 날에는 장애를 극복한 슈퍼맨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만으로 고귀한 인권의 주체인 모든 장애인들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