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유치원, 종일반 운영을 확대해야
국공립 유치원, 종일반 운영을 확대해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3.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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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명등룡 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

2월 초쯤에 한통의 긴급한 제보전화 한통을 받았다.  광주시 교육청이 3월 초에 있는 1년 기간제 유치원 보조교사와의 재계약을 “예산부족”을 이유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단체 등 관련 단체와의 긴급 대책모임을 통해 상황을 파악해본 결과 몇몇 교육 당국자들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유치원 종일반 운영을 대폭 축소(72개 학교 중 3~4개 학교만 재계약)하거나,  오후 시간만 파트타임제로 보조교사를 채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제보가 추가되었다.

예산타령에 멍드는 백년대계


대책회의를 하는 내내 자꾸 화가 솟구쳐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도대체 저 사람들도 교육자가 맞는가? 과연 나라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마저도 이렇게 처참하게 시장논리에 무너지고 마는가? 등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어린이에 대한 교육은 국가의 4대 의무중 하나이기 때문에 국공립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을 두었고, 종일반 역시도 맞벌이 부부도 돕고 국가경제도 도움이 되고자하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당국은 종일반 운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욱 신경을 쓰고 확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광주시교육청만이 시대를 거슬러 가려고 하는 것은 더더욱 납득이 가지 않았다.

두 번에 걸친 대책회의와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주시교육청 담당자를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여전히 예산타령이어서 질문을 하였다. 

“매년 나라 경제가 3%이상 성장하고 있고 광주시 예산도 매년 늘어나는데 교육부문의 예산이 줄어든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인가? 광주시청이나 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하였는가? 아니면 애초에 시교육청에서  예산안을 삭감해서 제출하였는가?  만약 광주시나 의회에서 삭감하였다면 우리가 가서 항의 하겠다.” 라고 하였더니 “ 그건 아니고 애초에  광주시 교육청에서 예산안을 그렇게 올렸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럼 고액 연봉인 당신들이 옷을 벗는 것이 부족한 예산을 메꾸는 지름길이 아닌가? 전체 교육예산 중에서 왜 하필 어린아이들을 희생시키려 하는가?”라고 의견을 내자 그때서야  “추가경정 예산에 반영해서 06년과 동일하게 시행하도록 하겠다” 라는 약속을 들었다. 

그러나 이일을 겪고 나면서 교육 문제는 “예산부족”이 아니라 당국자들의 “철학부족”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충분히 앞으로 몇 년을 쓸 수 있는 멀쩡한 책상과 의자를 새것으로 바꾸는 등의 엄청난 낭비성 예산만 아껴도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고 더 좋은 간식으로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교육철학 없다면 옷을 벗어라

앞으로 한 달을 전후해서 한미 FTA 협상이 결론을 맺는다. 우리 광주시민들과 5천만 국민이 이번에 막지 못하면 비싸진 교육비로 유치원에도 못가고 혼자 남겨질 아이들, 아이들 걱정으로 제대로 일손을 못 잡을 부모들,  재계약을 하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할 보조교사들의 모습을 우리는 어쩔 수없이 보게 될 것이다.

독재자의 상징인 히틀러도 베를린 대학교 안에는 탱크를 들여보내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가?  철학이 없는 교육자는 스스로 옷을 벗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좋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시달리면서도 성실하게 일해 온 보조(종일반)반 교사들을 채워서 늘리고, 그들의 평생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 바람직한 일이다.

재계약을 미루겠다는 통보를 받고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어느 보조교사의 슬픔이 내년에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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