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에 자유를 허하라
내몸에 자유를 허하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2.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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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임경연 인권운동센터 활동가

지난 2월7일 부산경찰청이 시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문신으로 인한 제2의 범법행위를 막기위해 전신 문신자들에 대해 공중목욕탕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선경찰서별로 관내시설에 대한 안내문 부착이 완료되었고, 시민들의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를 벌여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규정을 적용, 경범죄 통고처분(5만 원짜리 스티커 발부)을 내릴 방침이라고 한다.

'몸'을 검열하겠다는 나라

왠 유신시대 얘기? 한국사회에서 문신에 대한 편견이 많은건 사실이지만, 참으로 뜬금없는 정책이지 싶다. 문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해야하나. 문신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사회에서 만큼은 문신에 대한 혐오감이 높은 편이다.

물론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므로 상대적인 면이 있을순 있겠지만. 최근 몇년사이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문신은 사회적 금기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간 지배권력과 주류 담론에 의해 문신이 야만적이고 전근대적이며 후진적인 문화행위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문신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결국 개인의 몸을 둘러 싼 다양한 욕망과 표현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았던 독재시대의 잔재이다. 문신에 대한 국가권력의 감시와 훈육은 문신을 둘러 싼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해왔다.

한국사회의 경우만 하더라도 문신의 다양한 의미를 외면당한 채 ‘조폭’이니 ‘불법시술’이니 하는 부정적 코드로만 인식되고 있다. 어디 문신 뿐이겠는가? 몸을 둘러싼 다양한 표현방식들에 대해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검열’의 잣대를 들이댄다.

문신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성년됨을 나타내기 위해, 액땜을 물리치기 위해, 무언가를 기억하고 존재감을 나타나기 위해서 새기게 된다.

뉴질랜드의 마오이족, 중국의 소수민족, 북아메리카 원주민, 그 외 지구상의 다양한 민족들 사이에 문신이 하나의 생활풍습처럼 이어져오고 있다. 물론 일본의 야쿠자처럼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 주로 하는 온몸을 휘감아도는 용문신도 있다. 그분들의 용문신을 보면 몸이 움찔해지는건 사실이다.

어찌보면 이런 문장 하나가 편견을 조장할 수 있어 조심스럽기도 하다. 어느 순간 ‘편견’은 차별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며 소통을 거부하는 일방향의 시선이 되기도 하므로.

문신은 신체의 자기결정권 표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문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단지 문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중장소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고 처벌하겠다는 결정은 ‘신체의 자기결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과도 배치되며 사회적 논의의 과정을 생략한 민주주의에 반하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부산경찰청의 이번 결정은 유신시절을 추억하는 ‘그때 그시절’을 보는듯하다.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장발단속과 미니스커트를 제한하던 야만의 시대가 되살아난 듯 하다. 문신이 어떻게 기초질서를 위반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73년 경범죄 처벌법’과 너무나도 닮음꼴이다.

우리 사회는 그간 개인의 자유를 온갖 법으로 강제해왔다. 숱하게 얻어 터지고 깨지면서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루어냈다고 하지만, 2007년도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구시대의 유물을 자랑스레 펼쳐보이는 나라다.

문신은 개인의 취향이자 문화적 활동이다. 온라인에선 이미 100명이 넘는 문신작가가 활동하고 있으며 문신 인구도 꾸준히 늘어 신체 어느 한 부위에 문신을 한 사람이 5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문신엔 유구한 역사적 의미도 담겨있을 테고, 개인의 추억도 담겨있을 테지만,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문신은 여전히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존재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기호까지 국가가 통제할 일은 아니다. 사회적 편견이란 잣대로 몸의 자유를 억압할 순 없다. 궂이 인권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건 ‘상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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