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배울 권리를
장애인에게 배울 권리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2.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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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박찬동 장애인부모연대 사무국장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이유가 그러했듯이, 다양한 복지영역 중 장애인복지를 선택하게 된 것은 ‘사람과의 만남’이 그 계기가 되었다. 장애인복지 중에서 장애인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람과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장애인 고등교육권 확보’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광주 C대학교 특수교육학과 3학년 기연이를 만났다.

시각장애인인 기연이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나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활자 인쇄물을 볼 수 없으며, 다른 비장애인들이 쉽게 구해 볼 수 있는 교재를 항상 어렵사리 구해서 읽어야한다. 하지만 점자교재를 구하기 어려워 수업내용을 이해하거나, 과제물을 제출하기도 어렵다. 시험도 볼 수 없다"라고 적혀 있었다. 

대책은커녕 존재도 몰라

올해 N대학교 2학년이 되는 영훈이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영훈이의 수업시간 풍경은 이러했다. 강의하는 교수님과는 상관없이 그는 옆에 앉은 친구의 노트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고 친구가 기록하는 내용으로 수업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가끔은 자신의 노트를 옮겨 적고 있는 영훈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날은 수업시간 내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영훈이는 한번만이라도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어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영훈이의 기대와는 달리 N대학 ‘학생복지팀’에서는 청각장애학생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며칠 전 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2005년도 전국장애인실태조사를 토대로 청장년기 장애인의 평균 교육연한이 8.9년으로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은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노년기 장애인의 교육수준은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가진 비율이 74.7%나 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가에서 정한 의무교육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장애인의 교육현실은 장애당사자의 의지 부족이나 부모의 무지가 아니라 영훈이와 기연이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의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육권은 장애인의 생명

장애인의 교육과 관련하여 교육받지 못하는 많은 장애인과 교육에서 배제당하는 대학생의 문제와 더불어 교육현장에서의 소외와 배제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장애학생의 능력과 장애정도에 맞는 교육을 시켜줄 교사와 교실의 부족 등 열악한 교육환경은 장애학생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게하기 보다는 남들과 다름으로 인해 만들어진 더 큰 소외와 배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장애인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관련 법률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헌정 사상 최대인 229명의 국회의원 공동발의를 통해 법안이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의 입장 차이에 의해 법안 상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에 대한 교육지원은 당리당략적 판단을 넘어 생명과도 같은 교육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이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이라는 제도적 뒷받침 속에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처럼, 수영 금메달리스트 준호처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장애학생들과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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