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로 마늘밭을 갈아엎고
트랙터로 마늘밭을 갈아엎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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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선 시민기자
전국최고 주산지 고흥 도덕면 '마늘투쟁 농민대회'

트랙터로 마늘밭을 갈아엎은 농민들은 마늘을 뽑아 일제히 하늘로 던져 올렸다. "마늘값아! 올라라"

박상천의원만 '쫄쫄' 따라다니는

'쪼로록 군수님' 허수아비도 태우고

산자부.농림부장관 화형식

마늘 뽑아 일제히 하늘로 던지며

"마늘값아! 올라라"





   
김재근 (39세, 고흥군 도덕면 신양리) 씨는 마늘 590평을 다 갈아엎자고 했다. 완전적자, 홧불나는 마늘밭을 다 갈아엎자고 했다.

그러나, 탁탁탁 트랙터 3대가 막상 마늘을 짓밟자 손을 가로지었다.

"더는 못보겠네"

이웃에서 마늘을 손질하던 할매도 젊은 각시들도 호미를 던지고 모였다. 유난히도 추웠던 올 겨울 마늘밭에 엎드려 수고한 일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날 농민들은 '마늘 산업은 큰 것을 위해 포기해야 한다'는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 농림부장관, 또 류상철 군수의 허수아비를 만들고 화형식을 했다. 붉은 오성기도 함께 태워지고, 농민들은 마늘을 뽑아 일제히 하늘로 던져 올렸다.

"마늘값아! 올라라"


5월14일, 전국 최고 마늘 주산지인 고흥군 도덕면에서 중국과의 마늘협상과 가격하락에 항의하는 뜻으로 마늘밭을 갈아엎는 항의시위 '마늘 값 보장! 전량수매! 대책수립을 위한 고흥군 농민대회'가 고흥군농민회 주최로 100여명의 농민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농민들은 자신들의 차를 이끌고, 차량시위를 계속했다. 고흥군에서 가장 큰 마늘집하장이 있는 녹동경매장에 다다르자 1접에 3천5백원선 (최상품)에 거래되는 것을 보기도 했다. 예년 같으면 밭떼기로 팔릴텐데 중국마늘 수입 소식이 커지자 거래가 끊겼고, 마늘을 손질해서 팔면 1접당 7천원은 받아야지 생산비를 건질 수 있는데 이렇게 값이 내려간 것이다. 작년같은 경우에도 최상품 기준 1만5천원 이상으로 거래되었다. 더군다나 요즘은 5월초, 조기출하 시기이다. 가격이 좋을 때란 것이다. 앞으로는 이마저 받을 수 있을지 전망이 없는 것이다.


차량은 다시 고흥군청으로 모였다.

류상철 군수가 원망스럽기 그지 없다고 했다. 마늘밭을 갈아엎었다는 소식은 경북 의성에서부터 였다. 의성군수는 그 현장에 와서 눈물을 흘리며 트랙터를 막았고, 함께 싸우자고 호소한 모양이다. 그러나 전국 마늘 생산의 9%를 차지하고, 쌀 다음으로 농가소득을 많이 차지하는 고흥 마늘이 이렇게 위기에 부딪쳤는데, 어떠한 성의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고흥군이다.


그날 농민들은 그러한 군수를 "쪼로록 군수님" 이라고 불렀다. 바로 며칠전 11∼12일간 고흥에 들른 박상천 위원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사진을 들고 말이다. 물론 고흥을 대표한다는 박상천 위원도 이번 일정에 고흥 마늘에 대해서는 어떤 뜻도 전하지 않았다고, 다들 기가막혀 했다.


"국민의 정부가 농촌을 버렸다"고.

마늘농사 타산이 맞지 않으면 보리로 옮길 수 있을까. 우리나라 실정이 특정 작물 생산이 1%만 늘어도 가격폭락과 파동이 반복된다. 전국 40만농가의 문제 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농촌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농민들은 "6억달러 공산품,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을 팔아먹자고 30억 달러의 마늘 농가 소득 감소는 안중에도 없는지. 무엇이 큰 것이고, 작은 것인지 모르고 있다"고 항의했다.



못자리와 모내기, 마늘 수확으로 집에 있는 똥강아지도 할 일이 있다는 바쁜 농사철에 모인 농민들의 요구는 '마늘값 보장, 수매량 확대, 중국과의 협상 무효화' 와 더나아가 '한국·칠레 무역협상 중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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