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언론
선거와 언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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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김옥렬 전남대 언론홍보연구소 연구원
세상이 발칵 뒤집힌 듯 시끄러웠지만 벌써 세간의 관심권에서 완전히 멀어져 버린 일이 하나 있다. 얼마 전 동아일보 여기자가 회식자리에서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 성희롱을 당했던 사건. 지금 그 사건을 다시 들먹이는 건 우리가 지나쳐버린, 그러나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할 점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동업자 잘못에 대해서는 워낙에 관대한 우리 언론들 덕분에 '성희롱'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드물지만, 정작 놓친 것은 왜 그런 자리가 생겼는가하는 점이었다.

성희롱자리 왜 생겼나?
왜 지방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제1야당 총재와 사무총장 등이 메이저 신문사 고위간부 및 정치부기자들과 술 마시고 노래하는 유흥을 가졌을까 하는 점이다. 한나라당 해명대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현안에 대해 언론사로부터 한 말씀을 듣겠다는 취지였으면 환한 대낮에 내놓고 진지하게 할 일이지, 폭탄주 마시고 여기자와 술집 주인도 구분 못할 정도로 대취하며 이야기를 나눌 일은 아니지 않는가. 동아일보만 했을까? 동아일보가 처음이 아니었다면 다른 곳은 '희롱'이 없었거나 모른 체 했을 뿐이었겠지.

출발은 바로 정언유착에 있다. 돈과 권력을 가까이해야 하는 언론의 속성, 화려한 수사와 상징조작으로 유권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정치인들의 속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중앙언론과 중앙정치권 뿐만 아니고 지방언론과 지방 정치권 또한 마찬가지다. 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이 언론인들과 회식을 통해 미리 신고해야 하고, 그런 자리를 통해 신문에 웃는 얼굴, 돋보이는 기사 한 줄 보장받는 현실. 언론계나 정치권이나 모두 당연한 통과의례요 관행으로 여기는 일들이다.

서론이 길어졌다. 결국 선거판을 좌우하고, 유권자의 마음을 이끌어가는 핵심주체가 바로 언론이라는 점, 그리고 그 언론이 정치인들과 얼마나 밀착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다.

지방선거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지역 신문도 연일 선거관련 보도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많은 기사들은 유권자들의 생각을 대신하거나 유권자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까? 입지자들의 장단점을 제대로 찾아 알려주거나 참신한 신인에게도 고른 발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까?

현직챙기기 심하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전혀 아니올시다'가 답일 것 같다. 최근 광주전남민언련이 발표한 논평 하나는 이 지역 일부 신문들이 선거보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고 보여주는 사례다. 민언련은 "'4억 헌금'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에 대해 ['9회말 2사 만루위기에 빠진 민주당' 광주전남지역에 '양박'이 구원투수로 나선다]는 기사에서 현직 시장과 지사 및 민주당에 편파적으로 보도했다"며 "차라리 민주당보로 바꾸지 않겠느냐"고 비난했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 신문에 '양박' 칭찬이 심하긴 심하다.

이 신문뿐이겠는가. 최근 불거진 광주천 정화사업 환경영향평가 논란이나 금남로 프로젝트 등에서도 시에 유리한 기사는 키우고 불리한 사실은 외면하는 일부 신문들의 태도가 너무 심하다. 모두 직간접적으로 많이 알고 가까운 현직(단체장)에게 유리한 기사쓰기로 일관하는 '정언유착'의 사례다. 자치단체 협찬이나 광고가 절실한 이 지역 일부언론의 '현직 챙기기'는 유독 심한 것 같다.

이런 신문들에게서 올바른 선거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신문을 보지 말자 할 수도 없고, 독자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력만 기대할 뿐이니…지역의 장래가 암울하다.

/김옥렬 전남대 언론홍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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