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진다? 시교육청vs 전교조 광주지부
밀리면 진다? 시교육청vs 전교조 광주지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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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농성 전교조, 광주시교육청과 '깊은 골'/ 양측 대화부족 불신깊어 사사건건 극한대립/ 광주시교육청과 전교조 광주지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지난달 28일과 지난 10일 김원본 시교육감의 여교사 비하발언 사과를 요구하며 시교육청 규탄 교사대회를 열고 급기야 정병표 지부장이 시교육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교사들과 시교육청 사이에 이토록 극한대립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와함께 전교조 교사들이 이토록 흥분하고 있는 속내는 무었인지 궁금해하는 이가 많다. 현재 시교육청과 전교조사이 쟁점이 되고있는 부분은 김교육감의 여교사 비하발언 공개사과, 단체협약 성실이행, 최상근 학운중학교장 징계, 수시평가제 폐지, 보충ㆍ자율ㆍ심화학습 중단 등 5가지다. 먼저 여교사 비하발언 문제. 전교조는 광주시 교육행정의 최고책임자가 공개석상에서 공립학교 성적저하의 원인을 여교사에게 떠넘기는 발언을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사과문을 각급학교 여교사에게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단지 공립과 사립의 성적격차를 설명하는 발언이었고 와전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교사 비하발언은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이번 천막농성까지 이어지게 할만한 본질적인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달여 전에 빚어진 문제인데다 전교조측에서도 비하발언에 대한 제보가 접수된 뒤 공개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시교육청과의 관계가 이토록 험악해지지 않았다면 다소 폭발력이 약한 사안이 될 수도 있었던 것.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2월 시교육청과 전교조간 체결된 단체협약안 성실이행에 대한 이견과 해석차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교조는 시교육청이 단체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이행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는 반면 시교육청은 단체협약안 대부분이 장기적인 기간을 두고 교육청 정책에서 반영되어야 할 문제이므로 앞으로 두고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중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이 법정장부에 대한 해석차이다. 단체협약에서 양 기관은 생활기록부와 건강기록부 등 법정장부만 교장에게 결재를 맡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 각급학교에서 학습지도안, 학급일지, 각 해설장부, 봉사활동일지 등 여러 가지 장부에 대해서 결재를 하도록 하고있어 전교조가 협약사항 위반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 시교육청은 협약안에 '법정장부'로 표현된 부분을 전교조가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수업계획안에 대한 결재를 맡지 않겠다는 말은 이 장부를 작성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수업계획안 없이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 이 문구해석에 이의가 있다면 특수한 경우의 노사관계에서 발생한 문제이니만큼 지방노동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문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협약사항 중 각 학교의 예ㆍ결산부분을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한 사안도 잘 지켜지지 않고있는 것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또 전교조는 단체협약안 이행여부를 놓고 이견이 나타나자 계속해서 김원본 교육감에게 논의를 하자고 제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여교사 비하발언이 수면위로 올라오자 그때서야 시교육청이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는 등 전교조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부분에 대해 시교육청은 상ㆍ하반기 한차례씩 예정된 정책간담회에서 모든 논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안사안마다 논의할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또 지난달 최상근 학운중학교장 문제가 터져나왔다. 전교조는 최교장을 인사조치하라는 요구를 거듭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전교조가 인사권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점을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전교조의 주장이 제기되자마자 조치가 취해질 경우 향후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해당학교 36명의 교사 가운데 25명이 교장의 횡포를 인정하는 서명을 했는데도 교육청은 오히려 이 문제를 고발한 교사를 지시위반 등 이유로 조사하는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며 교육청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내비쳤다. 이처럼 양측간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교육행정 자체에 대한 이견도 별다른 조정도 거치지 않고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가 5개 요구사항에 포함시킨 수시평가제, 보충ㆍ자율ㆍ심화학습 건 등은 현실교육을 바라보는 양기관의 가치관의 차이일 수도 있을 문제다. 또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친다면 실행단계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지만 양측이 심하게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에 대한 논의는 중단돼 있는 실정이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사태는 어찌됐든 양측간의 대화 부족, 나아가서는 대화 단절 때문에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대화가 지속됐다면 현재 전교조가 주장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접근방식도 천막농성을 쳐야 할 만큼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건 시교육청으로서는 이들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서 학부모들과 시민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으며 전교조로서도 천막농성까지 진행한 마당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입장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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