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터주면 안되겠니~?"
"숨통 터주면 안되겠니~?"
  • 박시훈
  • 승인 2006.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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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박시훈 남도대안교육사랑방 지기
지난달 28일, 시는 21세기형 지역인재양성을 위해 시교육청과 함께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기본협정을 체결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자료를 찾아봤다. 5년간 무려 5천억이 넘는 돈이 투여되는 거대 프로젝트란다. 선거철은 선거철인가 보다. 얼마전에는 금남로 프로젝트로 2천 6백억을 이야기하더니... 가질 수 없는 액수라서 그런가? 천억이 너무 쉽다.

내용도 지역인재양성이 목표이다 보니 돈많거나 공부 잘하는 소수를 위한, 소수가 좋아하는 것들-한전과 연계한 공영형 혁신학교, 과학영재고, 외국어 고등학교 설립, 글로벌 영어아카데미 조성, 국립 과학관 건립, 광주과기원 학사과정 개설 등-천지다. 정말 이들은 영어, 수학, 과학이 지겹지도 않은 걸까? 내 생각에는 5천억원이면 어떻게든 광주에 있는 모든 청소년들이 지역인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윗분들 생각은 그렇지 않나 보다.

암튼 정작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제부터다. 바로 금남로 프로젝트에도 들어 있고, 이 프로젝트에도 들어있는 '학생회관의 청소년 복합문화센터로의 조성'건이다. 그동안 청소년 단체들에서 이 건물을 청소년을 위한 건물로 만들자는 제안을 수차례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이렇게라도 시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으니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정말 시와 시교육청이 손을 잡는데 "안되는 게~ 어딨니~"다. 하지만 감격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복합'에 너무 신경 쓴걸까? 그 곳에 유스호스텔, 공연장, 영상문화관, 청소년 전용 까페, 전시실, 도서실, 음악-미술실, 청소년 자원봉사센터, 청소년 상담실, 청소년 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복합'이 책상에 앉아서 방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복합도 중요하지만 서로간의 연계성도 좀 생각하고, 청소년들의 실제 동선도 생각하고, 그들이 무엇을 진정 원하는지도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이와 비슷한 시설이 농성동 옛 안기부터에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청소년 시설 활용은 항상 똑같다. 일례로 청소년과 관련된 다른 복합 문화 센터를 보자. 항상 빠지지 않는 시설이 도서실이다. 문화센터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댄스, 음악동아리 활동 등 어쩔 수 없이 소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는데 도서실은 '정숙'을 요구한다.

이것은 절대로 방음시설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마치 '조용 조용히 떠들어라' 하는 것 같다. 학교 같고 집 같은 또 하나의 숨막힌 공간이다. 도서실이 부족하면 도서실만 별도로 만들면 안되나? 전시실도 마찬가지고 공연장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이나 운영에 관한 건 말할 것도 없다. 틀에 박힌 채 전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움직이려 하지도 않는다.

정말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라면 그들의 숨통을 터주자. 도서실, 전시실, 상담실이 다 뭔가? 청소년 문화 공간들이 왜 이것들을 다 담고 있어야 하는가? 이들이 하고 싶으면 책도 공유하고, 햇볕을 받으며 책도 읽고, 전시회도 열고, 시장도 열고, 고민도 나누고, 함께 찾아가고 할 거 다한다. 그들이 맘껏 할 수 있도록 공간들을 열어주고, 무엇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찾아 지원해 주자. 그들이 원하는 대로 소리 지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고, 언제든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어떠해야 하는지 진정 교사, 부모의 입장에서 벗어나 그들의 입장에서 새롭게 그려봐야 한다.

/박시훈 남도대안교육사랑방 지기 solleso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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