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봄, 새만금
잔인한 봄, 새만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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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김우경 미디어활동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고기를 잡으러 간 것도 아니고, 지는 석양을 담으러 나간 것도 아니다. 무모하게도 "갯벌을 살려 달라, 방조제를 쌓지 말라"고 물결을 출렁이며 호소하러 바다로 몰려 간 것이다.

"갯벌 살려! 간척 멈춰!" 간곡한 심정으로 구호를 외치는 것이 고작 우리의 힘인 것이다. 거대한 자본과 공권력 앞에, 가진 건 몸뚱이요, 낡아 빠진 배 한 척 밖에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힘인 것이다.

생존권 보장과 해수유통 시키라는 말의 맥락은 모두 하나인데, 갯벌을 살리면 평생의 삶의 터전이 보장되는데, 갯벌 여전사들은 애가 탄다. 애간장이 녹는다. 배의 키를 잡아 들이박고 싶어 한다.

똥구멍이 막혀 주둥이로 오물을 쏟아내는 개발론자와 이에 결탁한 정치판은 주민들을 몇 푼의 돈으로 회유와 이간질을 일삼고 있다. 바다는 쉼 없이 출렁이고, 사람 마음은 밀물썰물처럼 들고 난다. 우리의 붉은 여전사만은 귀 틈으로도 안 듣지만서도.

노랗게, 샛노랗게 봄이 왔다. 야들야들 한꺼풀씩 속내를 들어낸다.
잔인한 봄은 새만금에도 이렇게 꽃을 피운다.


위 글은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 농/발/게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싸움은 이제부터, 방조제를 터라

봄이 온다. 새침때기 꽃샘추위도 사라지고 노란꽃잎을 피우는 정녕 봄이 오는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에도 봄이 올 수 있을까.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 새만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싸웠다. 지금도 싸우고 있다. 물론 대법원 판결에 질 것이라는 예상을 많은 사람들이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설사 2.7km 끝물막이 공사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싸움은 그 거대한 방조제를 다시 트려는 싸움으로 다시 이어질 것이다.

흔히 노무현 대통령은 여기저기서 욕을 많이 먹는 편이다. 그러나 새만금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다시 한 번 욕을 더 들어야 한다. 해양수산부 장관시절에 새만금 반대를 주장하던 본인의 말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 사람이 위치가 변하면 생각의 수준도 변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만금이 애초에 시작되었던 노태우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노무현은 같은 노씨로써 그렇게 쉽게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달라야 한다. 왜 다른 이야기들은 그렇게 권위를 거부하면서, 솔직하고 당당하게 싸워나가면서 새만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가? 노무현은 정말 거짓말쟁이인가. 아니면 입만으로 환경을 떠드는 사이비 환경론자인가.

그을린 어미의 모습, 싸움은 계속된다

새만금에 다녀왔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그곳의 분위기와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하루 이틀 그곳에 살아서 10년이 넘게 지속되어오는 그 많은 아픔과 고통을 담을 수는 없다. 그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지는 싸움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들의 싸움이 진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싸움을 지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잃을 것은 모든 것이지만 이 싸움은 역사에 교훈을 남길 것이다.

맨손어업을 하면서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검게 그을린 그 어미들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는다. 갯벌이 사라지면 그들의 삶은 끝난다. 삶에서 소중한 그 무엇이 남을까 그러면 그것에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 하루가 아니라 몇 해를 싸우면서 살아가고 있는 그 많은 사람에게 싸움은 전부일 뿐이다.

개발과 환경의 간극 사이에서 상식과 양식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나. 질문의 연속선상에서 새만금, 그곳에 터를 묻고 살아갈 사람은 없었다.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 삶이 사라지고 있다.

/미디어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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